[엠디팩트] 차병원, 생식의학 메카로 발돋움 … ‘환태평양생식의학회 학술대회’ 성공적

  • 입력 2015년 11월 3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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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중 21개국 전문가 1000여명 참석 …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수립률 향상 기법·정자은행 활용방안 토론

과도한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의 증가로 지난해 국내 난임 진단자는 남녀를 통틀어 21만5000명으로 5년 전보다 3만8000명 늘었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과거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을 불임(不姙)이라고 했지만 최근 들어 난임(難妊)으로 바꿔 부르는 추세다. 치료로 임신 가능성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난임 환자가 늘면서 ‘생식의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임치료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전문병원들은 첨단기술과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의과학대 차병원은 지난 28~2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 국제회의실에서 ‘환태평양생식의학회 제10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제69차 대한생식의학회 추계학술대회와 국제난소콘퍼런스2015도 함께 열려 행사의 풍성함을 더하고 다각적 치료를 모색하는 마당이 됐다. 한국·미국·중국·일본·호주·대만 등 21개국 의사와 연구자 1000여명의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행사 첫째날은 △생식의학에서의 줄기세포 생명학 △생식의학에서의 미토콘드리아 △생식유전학 △보조생식기술 최신지견 등 4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날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은 생식의학에서 줄기세포 치료의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재생의학 분야에서 골수줄기세포, 중간엽줄기세포, 제대혈줄기세포 등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생식의학 분야에서도 줄기세포는 난임 등 난치병을 치료하거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교수는 ‘핵재프로그래밍의 후성적 규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 생성을 저해하는 난자에 후성학적 요인(생활환경과 습관에 의해 새로이 형성된 유전적 형질)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이를 극복하는 인자를 도입해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의 성공률을 3배 이상 증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로써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는 오직 우수한 질을 가진 난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기술적인 제약을 해결하고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실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설명했다.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는 모든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해 각종 질환에 대한 맞춤형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어 꿈의 치료제로도 불린다.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로 직접 치료제를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난치병 등 치료효과가 탁월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기술적 한계 탓에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 수립 성공률이 1~2%로 낮아 임상치료 및 신약개발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는 체세포 복제배아 단계에서 ‘히스톤메틸효소’(H3K9me3)의 작용으로 상당수 배아 발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률 교수는 히스톤메틸효소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디메틸효소(KDM4A)의 마이크로RNA(mRNA)를 체세포복제배아에 주입했다. 그 결과 체세포복제배아에서 복제를 저해했던 히스톤메틸효소의 활성이 감소하고, 배아 발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재개돼 포배기배아 발생과 줄기세포주 수립효율이 획기적으로 증진됐다.
mRNA가 주입된 56개의 체세포복제란에서 15개(26.8%)의 포배기 배아가 생산됐으며, 최종적으로 4개(7.1%)의 정상적인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주가 수립됐다. 이는 지난해 연구결과보다 3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행사 둘째날인 29일에는 △생식의학 최신지견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최신지견 △보조생식기술 최신지견 2 등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은 최근 난임 환자 증가로 이슈가 되는 정자은행의 적절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연구부장은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정자 제공 등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위를 차단하고 인간이 인위적으로 생명을 만드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라며 “정자은행 등을 활용한 보조생식기술의 진정한 가치는 아이를 갖는 과정의 간편함보다는 난임 문제로 고민하던 부모와 가족이 새 생명을 통해 행복해지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박남철 부산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국가의 저출산 문제와 난치성 불임을 해결하기 위해 정자은행이 공공부분에서 설립 및 운영돼야 한다” 며 “공공정자은행은 난자·정자 불법매매를 근절하고 난치성 불임 부부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선의 제도와 시스템을 갖춘 공공정자은행을 설립하려면 의학·생명윤리·법률 분야 전문가, 정부, 국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자 동결보존법은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안전성이 향상되고 있다. 2010년 윤태기 교수팀은 정자를 액체질소에 직접 담그는 것보다 액체질소 증기에 보관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전까지 정자는 영하 196도의 탱크에서 액체질소에 직접 담궈 보존한 후 해동시켜 이용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저장된 정액 안으로 액체질소가 침투하거나 바이러스 및 병원균에 의해 정자가 감염될 수 있었다.

윤 교수팀의 연구결과 정자를 액체질소 증기에 냉동보관할 경우 정자의 형태·생명력·운동성은 기존 방법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며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위험은 감소했다. 당시 미국 로이터통신은 “이번 연구는 액체질소 증기를 이용한 정자보관법이 해동 후 부작용 없이 생물학적 형질을 유지한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했다”며 “기존 방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오염 가능성 등의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정자를 안전하게 보존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자은행은 냉동시킨 정자를 장기간 보관하는 시설로 불임문제를 예방 및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인터넷카페를 통한 불법적인 정자매매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정자은행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자은행은 항암치료나 정관수술 전 정자를 보관하거나, 배우자의 정자 생성기능에 문제가 생겨 공여자로부터 정자를 받아야 할 때 이용하게 된다. 정자는 정액검사를 통해 정자의 양과 운동성, 기형 여부 등을 확인받은 후 정자은행에 보관된다.

이번 학회에는 로버트 와 미국의사협회(AMA) 회장, 오웬 데이비스 미국생식의학회(ASRM) 차기 회장, 로제리오 로보 ASRM 전 회장, 조 레이 심슨 국제불임학회연맹(IFFS) 회장, 제니스 베일리 미국생식학회(SSR) 차기 회장 등 해외 유력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의 임상 결과를 논의하고 유전학 난임 생식의학 등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 등을 공유했다.
오웬 데이비스 차기 회장은 “체세포복제줄기세포의 임상 적용을 비롯한 유전학, 다낭성난소증후군 등 난임과 생식의학에 관한 새로운 트렌드와 최신기술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며 “특히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배아를 선택적으로 선별해 난임을 치료하는 기술 등은 미래 생식의학 분야를 이끄는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윤태기 차병원 서울역난임센터 원장은 “20년 전 작은 학회로 시작한 환태평양 생식의학회는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며 “최근에는 난임 생식의학회의 양대 축이라고 불리는 미국생식의학회 유럽생식의학회(ESHRE)와 대등한 학회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태평양 생식의학회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난임과 생식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환태평양 생식의학회는 1996년 환태평양 불임학회로 시작했다. 당시 차광렬 차병원 총괄회장과 일본의 스즈키·마키노 교수, 대만의 징 교수, 미국의 빌 이 교수 등이 함께 학회를 세웠다. ASRM, ESHRE 등과 함께 세계 3대 난임 생식의학회로 꼽힌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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