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인터뷰) ‘깊은산속 옹달샘’에서 만난, 고도원 작가의 얼음 땡!

  • 입력 2015년 2월 11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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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 옹달샘’
고도원 작가의 얼음 땡!

고도원의 아침편지 주인장이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인 고도원 작가를 만나기 위해 아침편지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 옹달샘’을 찾았다.

언론인이자 정치인으로 정신없이 살던 그가 명상의 필요를 느끼게 된 배경과 명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으며 일상에서의 알아차림과 잠깐 멈춤에 대해 생각했다. 삶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았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깊은산속 옹달샘(1644-8421)


고도원 작가를 만나기 위해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명상치유센터 깊은산속 옹달샘을 찾아갔다. 먼 길을 달려 도착한 명상센터에선 쨍하니 푸른 공기에 물 흐르는 소리만 들렸다.

인터뷰 전 점심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갖은 나물과 찬들이 식탁 위에 마련되어 있고 특강을 듣고 나온 사람들로 식당이 북적거렸다.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땡!”하는 종소리가 들렸다.

모두 일순간 행동을 정지했다. 입을 벌리고 밥을 떠 넣던 사람에서부터 고추장을 덜어오던 사람까지.

명상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에 대한 설명도 많고 논문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깊은산속 옹달샘 명상의 첫 출발은 ‘잠깐 멈춤’이었다. 종이 울리자 모든 것이 일순간 정지했다. 어린 시절 ‘얼음 땡!’을 연상시키는 풍경이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밥을 먹다 잠깐 멈추면 고요함이 찾아와요. 주위가 조용해지면 숟가락 떨어지는 소리까지 다 들려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고요함을 맛보며 ‘아, 이런 고요함이 우리 삶 속에 있었구나’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입안에 들어있는 음식의 향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맛이 있었어? 푸성귀에서 이런 맛이 나?’”

고도원 작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지금 입안에 있는 곡물과 채소가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수고가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되고 감사함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거기에서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내가 이걸 먹고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잠깐 멈춤’에는 그런 의미가 있다. 고도원 작가는 이렇게 마음을 한번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명상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산에 가면 새 소리가 있다

고도원 작가는 1998년부터 5년간 청와대 대통령 연설 담당 비서관으로 대통령 연설문을 썼다. 영예로운 일이었지만 중압감이 컸다. 여한 없이 5년간 일에 몰입했지만 막중한 책임감과 일의 무게에 결국 건강이 무너졌다.

“자칫 잘못하면 평생 드러누워야 할 만큼 나빠진 건강에 그동안 내가 놓쳤던 것이 무엇인지, 정말 소중한 게 뭔지 알게 됐어요. 저는 그때까지도 명상이란 걸 몰랐는데 내 안에서 스스로 명상을 하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명상을 알게 되었어요. 내 안에 고요함이 찾아오니 새소리가 들리고 바람 소리가 들리더군요. ‘산에 이런 음악이 있었구나, 내가 왜 이걸 놓치고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 전에 기자생활을 30년간 했는데 그때도 그런 소리에는 귀 기울여 본 적이 없었어요. 그저 세상 돌아가는 속도에만 맞춰서 살 줄 알았지, 산에 가면 새소리가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겁니다.”

그는 건강을 잃은 후 들리던 새소리, 바람 소리에 눈물이 났다고 한다.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그가 시작한 것은 마라톤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밖에 나가 달렸다.

“청마동(청와대 마라톤 동아리)을 만들고 이후에는 아마동(아침편지 마라톤 동아리)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달렸어요. 그것이 몸을 회복시켰어요. 그런데도 머리는 여전히 터질 것 같았어요. 그렇게 머릿속이 폭발하기 직전, 바늘구멍 하나를 내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 ‘고도원의 아침편지’였습니다. 육체적으로는 마라톤이, 정신적으로는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저의 숨통이 되었어요.”

오랜 세월 독서카드를 써온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2001년 8월부터 이메일을 가진 몇몇 친구들에게 아침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매일 편지를 쓰다 보니 글재주나 글솜씨만으로 이 일을 이어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본인의 마음속에 영감이 샘물처럼 솟구쳐야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사람들에게 좋은 마음의 비타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명상에 몰입하게 되었다.

“제가 명상센터 ‘깊은산속 옹달샘’을 생각하게 된 것은 내 인생이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모든 것이 다 무너졌을 때 잠깐 멈춰서 무너진 지점을 다시 올리는 과정에서 명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지요. 당시만 하더라도 명상이나 힐링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때라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는 명상할 수 있는 장소,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명상센터를 꿈꿨고 아침편지 문화재단을 만들었다. 깊은산속 옹달샘은 아침편지 명상치유센터이다.
모든 부정은 긍정으로 바뀔 수 있다

고도원 작가는 밤 11~12시면 잠자리에 들어 새벽 5~6시에 기상해 가볍게 아침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 편지의 초안을 작성해두고 온종일 손질하고 새로운 영감을 덧붙이며 완성해나간다.

고도원 작가는 깊은산속 옹달샘에 거주하고 있어 이곳에서 새벽 6시부터 시작하는 명상, 호흡, 풍요 등의 프로그램에도 자주 참여한다. 깊은산속 옹달샘에는 작게는 20명이 들어가는 공간에서부터 크게는 300명이 들어가는 공간까지 다양한 명상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여러 명상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명상의 기본인 호흡과 함께 여러 형태의 요가도 병행한다. 걷기명상, 향기명상, 소리 명상, 춤명상이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명상을 마치고 나면 자기 안에 긍정에너지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슬픔과 좌절이라고 느끼던 감정이 명상을 통해 진정한 기쁨으로 발견되는 겁니다. 절망 속에서 무너질 뻔 했다 하더라도 답은 있어요. 모든 부정적인 에너지는 긍정의 에너지로 변할 수 있어요. 영화 ‘명량’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웅변하지 않았습니까.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자. 그 둘은 똑같은 에너지예요. 두려움도 똑같이 우리의 대사량과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같은 에너지인데 방향이 다른 것이지요.”

명상은 무한한 영역을 가지고 있다. 고도원 작가는 청소와 설거지도 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청소에 몰입해 깨끗해진 공간을 보고 기쁨이 올라와 긍정에너지가 되면 그것은 청소를 한 것이 아니라 명상을 한 것이 된다.

즐길 수 있으면 명상이 되는 것. 그것을 생활명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삶에 빠져들게 되면 기쁨이 오는데 고도원 작가는 그것을 최고의 명상이라 말한다.

“몰입의 결과 부정적인 것이 거둬지고 긍정의 힘이 올라오는 겁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예요. 건강이 언제 무너질까요? 자신감을 잃었을 때예요. ‘이거 죽을 병이구나’ 생각할 때. 그러나 노력하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걱정할 시간에 웃고 감사하고, 미워할 시간에 존중하면 에너지가 바뀌어요. 일상에서 몰입하는 순간을 찾으면 됩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도 이 향기에 몰입할 수 있다면 깊은 명상을 하는 겁니다.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찰나가 기쁨으로 올라오고 긍정에너지로 올라온다면 그건 명상이에요. 만약 좋은 에너지가 올라오지 않는다면 잠깐 쉬고 다시 접근하는 것이 좋아요.”


몸은 음식과 연결돼 있다

깊은산속 옹달샘은 명상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리는 음식을 먹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람을 살리는 음식이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의미한다.

“오늘 점심을 어떻게 드셨는지 모르지만, 식사에 사용된 재료는 대부분 유기농이었어요. 자체적으로 만 평 정도의 논과 밭을 두고 직접 곡물과 채소를 재배하고, 여기 산에 심어놓은 약초들로 어디에서도 흉내 내기 어려운 좋은 음식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먹은 대로 소화해서 배설한다. 몸으로 들어간 음식은 짧게는 몇 초, 길게는 이틀에서 사흘간 몸속에서 순환한다. 그런데 몸에 엉터리 음식이 들어가면 질병이 생긴다. 그래서 좋은 음식을 통해 선순환을 시켜줘야 하는데, 나쁜 음식에 길들어 있던 몸은 좋은 음식이 들어가면 힘들어 한다. 체질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저희가 하고 있는 ‘녹색뇌 파일럿 프로그램’이에요. 결국,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으라는 건데, 저희는 전문 박사가 30년 동안 6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임상실험 결과로 정립된 체질분석을 통해 의료적으로 개인의 체질을 분석해 레시피를 만듭니다. 똑같은 음식도 체질에 따라 받아들이고 효능을 내는 정도가 다르거든요. 우리가 그걸 모르고 먹는 거지요.”

옹달샘의 ‘체질 밥상 프로그램’은 식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아침지기 40~50명이 일 년간 체질분석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고 전문가와 함께 토론하고 공부해서 만든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갈된 기운을 회복시키고 삶에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살고 있다. 에너지 충전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행동은 ‘체질에 맞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종이 치면 잠깐 멈춰라

이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고도원 작가가 자체실험을 거친 것들이다. 그는 최소한 본인의 확신이 없는 것은 하지 않는다며 몸소 실험한 토대 위에서 프로그램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언론인 생활을 평생하고, 대통령 연설문을 5년간 쓰고, 고도원의 아침편지 주인장으로 15년, 깊은산속 옹달샘을 운영한 지 7년이 됐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은 이론이 아니라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천형 명상프로그램으로 끊임없이 개발됐다.

“요지는 하나입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거예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끝입니다. 우주가 끝나는 거예요. 잃기 전에 명상도 하고, 좋은 음식도 먹고, 몸에서 불필요한 독소를 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건강은 미리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에요. 어떤 결과가 나온 다음에 챙기면 늦습니다. 다 잃은 다음에 늦었구나 하지 말고 병원에 가기 전 자기 자신에게 더 관심을 가지세요. 아까 식사할 때 종이 치면 잠깐 멈춘 것처럼, 살아가며 잠깐씩 멈춰서 자기도 돌아보고, 내가 지금 제대로 먹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는 거지요.”

고도원 작가는 늘 ‘꿈 너머 꿈’을 이야기한다. 그는 세상 소풍 마치는 마지막 날까지 건강한 정신으로 아침편지를 쓰고 가는 것을 꿈꾼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명상을 생활 속으로 끌어당겨 각자의 삶 속에서 실천하길 바란다.

그는 “깊은산속 옹달샘이 생활명상의 길잡이 혹은 징검다리 역할을 해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삶이 이곳을 거쳐 가기 전과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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