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체험기) 디지털 피로감, 컬러링북으로 잡는다

  • 입력 2014년 12월 9일 14시 02분


어른들을 위한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
디지털 피로감, 컬러링북으로 잡는다

요즘 색을 칠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컬러링북이 인기다. 컬러링북이란 스케치로만 이뤄진 그림에 독자가 색연필 혹은 사인펜으로 색을 칠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 사용하던 그림 공부책의 어른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을 집중해 색을 선택하고 스케치 위에 칠을 하다보면 스트레스와 걱정이 점점 사라진다는 컬러링북을 에디터가 직접 체험했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COOPERATION <컬러링 아프리카> 출판사 노마드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에 대해 알게 된 건 함께 일하는 마케팅 팀장이 친구에게 컬러링북을 선물 받았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였다. 컬러링북이란 어른들을 위한 색칠놀이 책이라고 했다. 어른들에게 색칠놀이가 필요한 이유가 뭘까?

한국에서는 컬러링북이 최근에서야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진작 안티스트레스의 기능을 인정받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컬러링북이 요리책보다도 더 많이 판매될 만큼 실용서의 기능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색을 칠한다는 개념 때문에 컬러링북은 그동안 아이들의 놀이 혹은 교육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아이들만큼이나 어른들에게도 놀거리와 집중할 거리가 필요하다.

어른을 위한 컬러링북은 어린이용보다 훨씬 정교하고 섬세한 부분까지 스케치가 돼 있어 색을 통해 원하는 만큼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다. 어린이용 컬러링북에서는 꽃잎을 길쭉한 동그라미 다섯 개를 모아놓은 것으로만 표현했다면, 어른용 컬러링북의 꽃잎은 다섯 잎 안에 있는 암술과 수술, 꽃잎의 결까지 표현돼 있다.

그렇게 도화지 가득한 꽃을 채색하거나 꽃, 나무, 나비, 벌 등이 그려진 정원 등에 색을 채워 넣음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채움이 비움이고 비움이 채움인 시간

시중에는 이미 성인용 컬러링북이 수십 종 출판돼 있다. 표지에는 공통적으로 ‘안티스트레스’라는 말이 수식어로 붙어있다. 과연 안티스트레스의 효과가 정말로 있는지 체감해보기 위해 출판사 노마드에서 나온 <안티스트레스 테마 컬러링북 - 컬러링 africa>를 구했다.

컬러링북을 시작하게 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마감으로 한창 바쁠 때였다. 처음에는 바쁜 마음에 쫓겨 컬러링북을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머리가 복잡하고 일에 치여 스트레스가 극대화되는 이 시점이 ‘안티스트레스’를 타이틀로 달고 있는 컬러링북을 이용할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한 점을 완성해 보기로 마음먹고 먼저 스케치를 고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를 테마로 하는 컬러링북인 만큼 화려한 스케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된 인물화부터 시작해 기린과 얼룩말이 세밀하게 묘사된 그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치가 책 한 권을 채우고 있었다.

살펴보다 두 아프리카 여성이 마주 보고 있는 사이로 오묘한 램프가 있는 그림을 골랐다. 간단해 보이기도 했고, 여백의 미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막상 채색을 시작하자 여백의 미와는 별개로 그 안에 세밀한 부분이 몹시 많게 느껴졌다.

‘스트레스가 풀리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자 다양한 색을 원하는 자리에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내가 뭘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모든 스케치가 끝나고 나니 2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무음으로 바꿔놓은 핸드폰을 확인하니 메시지 17개와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들어와 있었다. 그 숫자들을 보자 무음으로 바꿔놓고 작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성된 그림을 살펴보니 색연필을 제대로 깎지 않고 칠한 부분은 색이 군데군데 조금씩 튀어나와 보였다. 컬러링북에서는 색연필, 사인펜, 마카 등 채색 도구에 따라 그림의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채색 도구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몇몇 튀어나온 색에도 불구하고 컬러링북의 채색과정과 결과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아프리카라는 콘셉트에 맞게 평소에는 쓰지 못할 색을 과감하게 쓴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화려한 색을 마음껏 써본 게 얼마만인가.

사실 처음에는 정해진 스케치와 남이 정해 놓은 선 안에만 색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러나 세밀하게 색을 칠하면서 잡념이 사라진 건 사실이었다. 색이 채워질수록 머리는 비워지고 있었다.

성별과 성격, 취향에 따라 컬러링북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에디터에게 컬러링북은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애용하기 좋은 새로운 취미로 다가왔다. 경험해본 컬러링북에서 채움은 곧 비움이고 비움은 곧 채움이었다.

몰입의 즐거움으로 스트레스 해소

이날 가장 좋았던 점은 2시간 반 동안 핸드폰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일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중독돼 안팎으로 디지털 피로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컬러링북은 이러한 현대인의 피로감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돕는다.

크게 움직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도 컬러링북의 큰 장점이다. 출간 초 20~30대 여성이 주로 구매하던 컬러링북을 최근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나 중장년층 여성이 많이 찾는 이유도 컬러링북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딸이 엄마에게 ‘추억 되살리기용’으로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컬러링북을 시작한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 감소, 육아 스트레스 감소, 성취감, 숙면효과 등을 느낀 이들이 많았다. 무취미로 생활하던 한 직장인 여성은 “친구를 만나 무의미한 수다를 떨거나 TV 드라마 시청이 다였던 퇴근 후 시간이 컬러링북을 통해 윤택해졌다”고 말한다.

SNS에 완성된 그림을 올리거나 후기를 공유하는 등 컬러링북을 태그해서 올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색으로 나만의 아름다운 작품을 갖게 되면 뿌듯함이 크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색으로 칠해진 곳이 없고, 색칠하는 동안만큼은 일상을 잊고 몰입했다는 느낌이 몸에 남는다.

컬러링북의 인기 요인인 스트레스 해소의 비결은 ‘몰입의 즐거움’에 있는 것 같았다. 색연필이나 사인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몰입의 즐거움은 우리들의 힐링 타임을 돕는다.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에디터 권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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