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항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뇌혈관에 생긴 꽈리(뇌동맥류)가 터지지 않도록 의료용 집게로 혈관 입구를 꽉 묶는 ‘클립결찰술’을 집도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 제공
경북 포항시의 에스포항병원은 뇌중풍(뇌졸중)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는 즉시 검사와 시술, 수술이 물 흐르듯 이뤄지는 뇌혈관 전문병원으로 유명하다. 신경외과와 신경과 전문의가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해 모든 진단과 치료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경북 울진의료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고 이송된 김모 씨(55)는 에스포항병원 도착 후 수술실에 들어가기까지 2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측 손발 마비 증세로 내원한 이모 씨(81) 역시 응급실에서 혈관조영실로 이동하는 데 49분, 시술 시작까지 총 60분이 걸렸다. 국내 평균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시간을 단축했다. 특히 막힌 뇌혈관을 뚫어내는 재개통 시술의 성공률은 90%를 넘는다. 환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피가 다시 잘 통할 만큼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달 16일 만난 김문철 에스포항병원 대표병원장은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는 순간 ‘패스트트랙’ 프로토콜을 즉시 가동해 대기 중인 신경외과와 신경과 전문의가 환자의 상태를 즉시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며 “수술이 필요할 경우엔 대기 중인 수술팀이 바로 투입돼 막힌 뇌혈관을 뚫는 응급 수술 및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뇌혈관 응급 환자 거부 없는 응급실 구축
에스포항병원 응급실의 가장 큰 강점은 레지던트가 아닌 신경외과·신경과 전문의가 직접 응급 환자를 초진하고 진료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대형 대학병원들이 인력 부족으로 응급 환자 수용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에스포항병원은 철저한 전문의 당직 체계를 유지하며 ‘응급 환자 우선 수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응급실에서는 24시간 대기 중인 전문의가 환자의 중증도를 신속하게 분류한다. 이어 자기공명영상(MRI) 및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와 응급 시술이 지체 없이 진행되도록 프로세스를 고도화했다. 뇌혈관 관련 학회에서 뇌졸중 시술과 수술 실력을 인증받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포진해 있어 진료의 질 또한 여느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급성기 치료 이후 이어지는 체계적인 재활 치료 과정은 에스포항병원의 또 다른 강점이다. 뇌혈관 질환은 수술 직후 빨리 재활을 시작해야 환자의 회복 속도를 높이고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에스포항병원 재활운동센터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등 전문 인력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다학제 시스템을 갖췄다. 일대일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의 운동 수행 능력과 회복 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프로그램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재활을 돕는다.
● 응급 환자 도착부터 시술 시작까지 ‘77분’
에스포항병원에서는 연간 800건 이상의 뇌혈관 수술이 이뤄진다. 특히 병상이 부족해 중증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병상 운용 시스템을 고도화해 신속한 입원과 치료가 가능하게 했다.
병원의 핵심인 뇌혈관센터는 신경외과·신경과·영상의학과 전문의 13명을 2개 팀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어 뇌경색과 뇌출혈 등 골든타임 확보가 생명인 질환에서 ‘도착 후 최단 시간 내 처치’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해 시술이 시작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2025년 평균 77분으로 줄였다. 국내 평균인 178분보다 101분이나 빠른 수치다.
김 원장은 “의료진의 역량에 더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진단 보조 시스템과 의료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진단의 정확성과 환자의 안전성을 한 차원 더 높이고, AI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스마트 전문병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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