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심근경색은 엄청난 공포다.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더 크게 낮추려면 현재 권고 기준보다 훨씬 많은, 주당 560분에서 610분 사이의 중등도~고강도 신체활동이 필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빠르게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같은 중등도~고강도 신체활동을 주당 최소 150분 이상 해야 한다는 현재의 공중보건 권고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심폐 체력이 낮은 사람들은 심폐 체력이 높은 사람들보다 주당 30~50분 정도 더 운동해야 비슷한 심혈관 보호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심폐 체력이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며, 심혈관 건강을 예측하는 매우 강력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심폐 체력은 운동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근육에 공급하고, 운동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 부산물을 처리하는 능력을 뜻한다. 특히 심폐 체력이 낮을수록 심근경색, 뇌졸중, 조기 사망 위험 증가와 강하게 연관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심폐 체력을 평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최대산소섭취량(VO2 max)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운동 중 심장과 폐, 근육이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사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성인 1만7088명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평균 연령 57세, 여성 56%, 백인 96%로 이뤄진 참가자들은 일주일 내내 손목에 가속도계(활동량 측정 장치)를 착용해 평소 운동량을 기록했고, 자전거 운동부하 검사를 통해 최대산소섭취량을 간접 평가했다. 여기에 흡연 및 음주 여부, 혈압, 체질량지수(BMI), 식습관, 안정 시 심박수 등 다양한 정보를 추가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평균 7.8년의 추적 관찰 기간에 총 1233건의 심혈관질환 관련 사건이 발생했다. 이중 874건은 심방세동, 156건은 심근경색, 111건은 심부전, 92건은 뇌졸중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 주당 150분의 운동 지침을 충족한 참가자들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8~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체력 수준과 상관없이 일관됐다. 이는 현재 운동 권고 기준만 충족해도 어느 정도 보호 효과는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30% 이상’ 낮추려면 주당 560분에서 610분 사이의 중등도~고강도 운동이 필요한 것으로 관찰됐다. 이 수준의 운동량을 기록한 참가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특히 심폐 체력이 낮은 사람은 심폐 체력이 높은 사람보다 주당 30~50분 정도 더 운동해야 비슷한 보호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심혈관 사건 위험을 20% 줄이기 위해서는 심폐 체력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주당 약 370분의 중등도~고강도 운동이 필요했다. 반면 가장 심폐 체력이 좋은 그룹은 약 340분 정도면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심폐 체력이 낮은 사람들은 신체적 어려움뿐 아니라 운동 동기 부족, 행동 변화의 어려움 등을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의 일률적인 운동 권고 기준을 개인 체력 수준에 따라 차등화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즉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운동량을 제시하는 방식보다, 개인 체력에 맞춘 맞춤형 운동 목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운동량 증가가 직접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이 아니다. 참가자들이 일반 인구보다 더 건강하고 활동적인 집단이었을 가능성도 있으며, 최대산소섭취량 역시 직접 측정이 아니라 추정 방식이었다는 점, 앉아서 생활한 시간과 가벼운 신체활동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도 제한점으로 지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연구진은 웨어러블 기기와 체력 측정을 함께 활용하면 보다 정밀한 맞춤형 운동 처방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의 주 최소 150분 이상의 중등도~고강도 유산소 운동이라는 최소 권고 기준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건강 효과가 있지만, 체력 수준에 맞춰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면 더 강한 심혈관 보호 효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이번 연구가 현재 권고 기준인 주당 150분의 의미를 낮추는 것은 아니다. 150분은 여전히 심혈관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최소 기준이며, 더 큰 효과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춰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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