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많이 섞을수록 더 균일… KAIST ‘나노 입자 역설’ 풀었다

  • 동아일보

스탠퍼드대와 ‘사이언스’ 발표
2~3종보다 5종일 때 더 안정적
금속 간 경쟁이 원자 결합 도와
상용 루테늄 촉매보다 효율 4배

여러 금속을 섞을수록 나노 입자가 오히려 균일해지는 원리가 밝혀졌다. 나노 입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의 극미세 입자로 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다. 금속을 많이 섞을수록 입자가 불균일해진다는 게 기존 상식이었지만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온 만큼 차세대 에너지·촉매 기술 개발에 새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정희태 생명화학공학과 석좌교수(사진) 팀이 마테오 카르녤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금속 종류가 늘어날수록 더 균일한 나노 입자가 형성되는 역설적 현상의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7일 발표됐다.

최근 나노 입자 분야에서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금속을 섞는 ‘다성분’ 구조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금속 종류가 늘어날수록 각 금속이 반응하는 속도가 달라 입자 크기와 조성이 제각각이 돼 원하는 형태의 나노 입자를 정밀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여러 금속이 동시에 반응할 때 나타나는 ‘경쟁적 반응성’에 주목했다. 금속 종류가 늘어날수록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입자가 따로 생기는 반응이 억제되고 기존 입자 표면에서만 금속이 쌓였다. 먼저 자리를 잡은 금속이 다음 금속의 결합을 도우며 원자들이 순서대로 층층이 쌓이는 ‘성분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암모니아 분해 촉매로 널리 쓰이는 루테늄(Ru) 나노 입자를 출발점으로 삼아 철(Fe)·코발트(Co)·니켈(Ni)·구리(Cu) 4가지 금속을 나노 입자 합성용 용매에 넣고 가열하는 과정에서 온도에 따라 금속이 쌓이는 과정을 추적했다.

금속 2∼3종을 섞었을 때는 크기와 조성이 제각각인 입자들이 뒤섞여 만들어졌다. 반면 4종 이상을 함께 투입하자 원하지 않는 반응이 억제되며 균일한 나노 입자만 형성됐다. 5종 금속을 모두 적용한 경우 이론상 31가지 조합이 가능함에도 5가지 금속이 고루 섞인 나노 입자 한 종류만 만들어졌다.

이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됐다. 먼저 구리가 루테늄 표면에 달라붙어 자리를 잡았다. 이후 코발트와 니켈이 그 위에 동시에 쌓이고 마지막으로 철이 가장 바깥층을 감싸며 5가지 금속이 층층이 쌓인 구조가 완성됐다. 먼저 자리를 잡은 금속이 뒤따르는 금속의 결합을 수월하게 만든 셈이다.

연구팀은 균일한 다성분 나노 입자를 만들기 위한 3가지 조건도 도출했다. 4종 이상의 금속을 사용할 것, 각 금속이 가열 과정에서 실제 금속 입자로 형성될 수 있을 것, 출발점이 되는 루테늄 나노 입자 대비 금속 비율을 충분히 높게 유지할 것 등이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지키면 크로뮴(Cr)·인듐(In) 등 다른 금속 조합에도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5가지 금속으로 구성된 나노 입자 촉매를 제작해 암모니아를 분해,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에 적용했다. 산업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루테늄 단일 촉매보다 약 4배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 900도 고온에서 12시간 처리 후에도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뛰어난 내열성도 확인했다. 정 석좌교수는 “나노 입자 합성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역설적 현상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수소 생산·이산화탄소 전환 등 에너지 공정 효율을 높이는 고성능 촉매와 친환경 에너지 소재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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