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전남대 의대 교수-배석철 충북대 의대 석좌교수 인터뷰
‘EGFR 돌연변이’ 4기 폐암 환자
표적항암제와 비타민 B3 병용
여성과 비흡연자 생존기간 증가… 암 치료 보조전략 가능성 보여
13일 전남 화순 전남대 의과대학 암센터에서 인터뷰 중인 배석철 교수(왼쪽), 김영철 교수.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독성이 강한 신약이 아니라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비타민으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은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항암제 내성이라는 벽은 넘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비타민 B3(니아신아마이드)를 활용한 보조 치료 전략이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영철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박일영 충북대 약학대학 교수, 배석철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비타민 B3 하루 1 g의 경구투여로 표적항암제 치료를 받는 여성 폐암 환자 또는 비흡연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1년 이상 추가로 연장할 수 있으며, 사망 위험은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기초연구를 이끈 배 교수와 임상을 담당한 김 교수를 만나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들었다. ―두 분은 어떤 계기로 공동 연구를 시작했나.
배석철 교수=“폐암 기초연구를 진행하면서 학회 활동을 통해 김영철 교수를 알게 됐다. 기초연구의 최종 단계는 임상시험 검증이기 때문에 임상의와 협력이 필수다.”
김영철 교수=“대한폐암학회 활동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협력 관계가 형성됐다. 학회에서의 인연이 연구 협업으로 이어졌다.”
―비타민 B3 연구는 어떻게 시작됐나.
김 교수=“1990년대 중반만 해도 4기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다. 이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겨 환자를 잃는 상황이 반복됐다. 임상의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내성을 늦추는 방법’이었다. 기초연구에서 암 억제 유전자 RUNX3를 복구하면 암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고 비타민 B3가 이 유전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미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이라면 환자에게 큰 부담 없이 치료 효과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배 교수=“암세포는 유전자를 계속 변화시키며 생존한다. 비활성화된 암 억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임상 결과는 어땠나.
김 교수=“EGFR 돌연변이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표적항암제와 비타민 B3 병용 군을 비교했다. 전체 환자에게서는 1차 목표였던 무진행 생존 기간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 생존 기간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여성에서는 사망 위험이 약 52%, 비흡연자에서는 약 42% 감소했고 생존 기간 중앙값이 43개월로 위약군보다 1년 이상 길었다. 이 결과는 비타민 B3가 암을 직접적으로 없앤다기보다 암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치료 반응을 더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결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배 교수=“부작용이 없는 물질로 생존 연장 신호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다.”
―특정 환자군에서 효과가 두드러진 이유는.
김 교수=“흡연자의 암은 유전자 변이가 매우 복잡하다. 하나의 유전자 경로를 조절해도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반면 비흡연자, 특히 여성 폐암 환자는 유전자 변이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RUNX3 같은 암 억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했을 때 그 효과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된 환자군이 바로 이런 특성을 가진 집단이다.”
―비타민 B3의 작용 기전은 무엇인가.
배 교수=“폐암 환자의 약 70%에서 RUNX3 기능이 비활성화돼 있다. 이 유전자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때 이를 멈추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 B3는 이 ‘잠들어 있는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더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항암제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억제하게 된다. 완전히 치료하는 개념이라기보다 병의 진행을 조절하는 방향에 가깝다.”
―표적항암제와 병용한 이유는….
김 교수=“표적항암제는 이미 발생한 유전자 이상을 교정하는 치료다. 반면 비타민 B3는 새로운 이상이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즉 하나는 ‘고장 난 부분을 고치는 치료’, 다른 하나는 ‘추가 고장을 막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보완적인 구조다.” ―임상에서 안전성은 어떻게 평가됐나.
김 교수=“임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부작용이다. 이번 연구는 시작 단계부터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다. 비타민 B3는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물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루 1g을 투여했음에도 위약군과 비교해 부작용 차이가 없었고 환자의 삶의 질도 유지됐다. 일반적으로 치료가 추가되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의미 있다.”
―임상의 관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는.
김 교수=“4기 폐암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치료가 잘되던 환자가 내성으로 갑자기 악화하는 순간을 자주 겪는다. 그때 환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고가의 신약이 아니라 비교적 안전하고 부담이 적은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환자에게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나.
배 교수=“피부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타민 B3 복용 시 암 발생이 25∼30% 감소했다. 다만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연구 과제는….
김 교수=“현재 결과만으로 치료법을 확정할 수는 없다. 전체 생존 기간을 1차 목표로 하는 대규모 임상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실적인 제약이다. 비타민 B3는 특허 기반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사 투자를 받기 어렵다.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연구를 확장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연구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정 환자군에서는 치료 전략의 하나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
배 교수=“RUNX3를 직접 복구하는 유전자 치료 연구도 진행 중이다. 향후 다양한 암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이라는 익숙한 물질이 암 치료의 보조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교수는 “비타민 B3는 어디까지나 보조 전략이며 모든 환자에게 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독성이 거의 없는 물질로 치료 효과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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