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병… 폐 이식서 신약 치료 중심 전환”

  • 동아일보

특발성 폐섬유증
10만 명당 10명 걸리는 희귀질환… 기침-호흡곤란-피로감 대표 증상
폐 이식하거나 산소치료 위주서 퍼페니돈 등 신약 병 진행 늦춰
닌테다닙은 건보 급여 적용 제외

특발성 폐섬유증은 뚜렷한 원인 없이 폐 조직 섬유화가 진행되며 폐가 점차 딱딱해지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인구 10만 명당 10명 정도 생기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마른기침과 호흡곤란, 피로감이 대표적 증상이다. 질환이 진행되면 산소 공급이 어려워져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근본적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장기간 ‘시간 관리’와 ‘진행 억제’에 집중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김신용 환우와 주치의인 정만표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함께 만났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어떤 질환인가.

정만표 교수=“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어가는 병이다. 폐는 호흡을 통해 고무풍선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탄력성이 있어야 하는데 섬유화가 진행되면 잘 늘어나지 않게 된다. 초기엔 증상이 뚜렷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마른기침이 생기고, 더 심해지면 숨이 차서 일상생활이 어렵다. 상태가 악화되면 산소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발성’이라는 말처럼 원인을 전혀 모르는 것이 문제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 중인 김신용 환우(왼쪽)와 주치의 정만표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특발성 폐섬유증은 근본적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장기간 ‘시간 관리’와 ‘진행 억제’에 집중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으면서 회복 중인 김신용 환우(왼쪽)와 주치의 정만표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특발성 폐섬유증은 근본적인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장기간 ‘시간 관리’와 ‘진행 억제’에 집중해야 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환우 분의 진단 과정은 어땠나.

김신용 환우=“특별한 증상은 없었다. 3년 전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폐 질환 소견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고 1년 뒤에 다시 건강검진에서 같은 소견이 나와 2차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혈액검사 등 추가 검사를 했다. 거기서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잘 믿기지 않지만 진단을 받고 나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60세에 퇴직하고 시골에서 부부가 함께 지내는 은퇴 생활을 꿈꿨는데 치료 때문에 그런 계획이 모두 바뀌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김 환우=“감기나 폐렴, 코로나19 같은 호흡기 감염이 폐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람을 만나는 자리나 외출을 스스로 많이 줄였다. 생활 환경도 많이 바꿨다. 캠핑을 가면 모닥불을 피우기도 하는데 그 연기가 폐에 좋지 않아 피한다. 집 가스레인지도 인덕션으로 바꾸고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도 마련했다.”

―진단은 어떤 검사로 진행되나.

정 교수=“초기엔 흉부 X선 촬영으로는 발견이 쉽지 않다. 병변이 폐 아래쪽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간이나 심장에 가려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보면 X선에서도 짐작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없거나 초기라면 CT가 더 유용하다. 또 폐 기능 검사를 통해 기능 저하 정도를 확인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하려면 다른 원인으로 폐가 딱딱해지는 질환이 아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다른 원인을 확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신마취하에 폐 조직 검사도 진행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정 교수=“과거에는 치료제가 없어 호흡기 질환 중에서도 치료가 가장 어려운 질환으로 꼽혔다. 폐 이식을 고려하거나 기침을 줄이고 산소 치료를 하는 등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약 10년 전부터 닌테다닙, 퍼페니돈 같은 항섬유화 효과가 있는 약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환경이 달라졌다. 이 약들은 굳어진 폐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치료는 아니지만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경우에 따라 최대한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치료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김 환우=“치료 과정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과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또 해외에서 승인된 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치료 옵션들이 국내에도 더 빨리 들어와 환자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 상황은 어떠한가.

정 교수=“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퍼페니돈 한 가지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닌테다닙은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약값이 한 달에 200만 원 내외로 부담이 큰 편인데 이 질환은 희귀난치성 질환에 해당돼 급여가 되면 환자 본인 부담은 10%로 줄어든다. 아직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같은 질환을 겪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환우=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있는 잘못된 의료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보가 많지만 잘못된 내용도 많아 오히려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 병도 관리하면서 오래 지내는 분들도 많다. 너무 낙심하지 말고 주치의와 잘 상의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정 교수=“폐 건강을 위해서는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집 안에서는 공기청정기 등을 활용해 공기질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건조한 계절에는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 폐 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경우에는 독감 예방접종, 폐렴구균 예방접종 같은 백신 접종을 권한다.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외출 후 손 씻기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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