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치료를 일부 병원의 ‘특별한 선행’이 아닌, 일상의 진료 범주로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동물의료 현장에서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 수의사의 선택이나 일회성 후원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병원 운영 구조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기여가 이루어지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이 병원은 개원 이후 8년간 유기동물 치료를 일회성 지원이 아닌, 병원 진료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다.
유기동물 치료를 병원의 일상 구조 안으로 가져오다
이 같은 구조를 실제로 운영 중인 곳은 금천구 동물병원, ‘금천24시K동물의료센터’다. 해당 병원은 2017년 개원 이후, 보호자가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일부가 별도의 절차 없이 유기동물 치료로 연결되는 구조를 마련했다.
병원 내부에서는 이를 ‘K Family 프로젝트’라 부르고 있다. 병원 측은 “기부를 위한 추가 선택이나 강요가 아니라, 치료라는 일상의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구조는 병원 운영과 사회적 기여를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병원은 유기동물 치료를 별도의 ‘선행 활동’으로 구분하지 않고, 수의사가 수행해야 할 의료 행위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마리의 유기동물에서 시작된 질문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개원 초기 대표원장이 포인핸드 앱을 통해 접한 한 마리의 유기 고양이였다. 학대로 인해 하지마비 상태에 놓여 있던 고양이는 구조 이후 약 한 달간의 치료를 거쳐 건강을 회복했고, 이 경험은 병원이 어떤 방향으로 운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었다.
포인핸드 공고 당시부터 치료 종결 이후까지의 변화 과정. 사진=금천24시K동물의료센터 제공
이후 병원은 매년 유기동물 치료를 이어오고 있으며, 많을 때는 한 해 세 마리 이상의 구조·치료·입양 과정을 지원해왔다.
심장사상충 말기 상태로 구조된 한 닥스훈트는 약 6개월의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고, 이후 해외 입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구조 당시 모습(왼쪽)과 심장사상충 완치 후 입양 전 치료 결과 상담 장면. 사진=금천24시K동물의료센터 제공업계 안에서 다시 묻는 ‘동물병원의 역할’
이 같은 활동은 병원의 규모나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물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됐다.
김종은 대표원장은 “유기동물 치료는 병원의 여력이 남을 때 하는 일이 아니라, 수의사라는 직업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픈 생명을 치료하는 일은 보호자가 있든 없든 동일하게 중요하다”며 “병원을 찾는 보호자와 지역사회가 그 과정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해줄 때, 의료의 신뢰도 역시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용인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했던 금천24시 K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 사진=금천24시K동물의료센터 제공한편, 2025년 경남 산불 당시에는 재난 피해 동물 치료를 돕기 위한 민간 후원에 참여하기도 했다. 병원 측은 이를 정기적인 활동이나 체계적인 대응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유기동물 치료를 이어온 의료기관으로서 상황에 공감해 동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 생명을 살리는 구조’가 남긴 것
금천24시K동물의료센터는 앞으로도 유기동물 치료를 중심으로, 병원 진료와 사회적 책임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살린 한 생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런 방식이 특정 병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의료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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