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본 하이퍼클로바X, 생성형 AI 넘어 미래 생태계를 창출하는 힘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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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0월 30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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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데이터다. 인공지능 개발용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정형, 반정형, 비정형 등 형태와 구성에 따라 분류하고 정리한 것이다. 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정리한 것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얼마큼 수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고, 이를 수집하는 방법과 과정은 물론 보관하는 모든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는 자금력이 큰 빅테크 기업들이 구축하고, 중소·중견 기업들이 이를 사용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네이버 AI RUSH 2023’에 참여한 가지랩 김영인 대표(좌측)과 아트랩 엄태웅 대표(우측)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출처=IT동아

네이버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네이버는 지난 8월 ‘하이퍼클로바X’라는 이름의 초거대AI를 공개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 서비스인 CLOVA X와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인 큐(Cue):를 소개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다양한 인공지능 사업을 펼치겠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식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시험하기 위해 최근 ‘네이버 AI RUSH 2023’ 프로그램으로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네이버 AI RUSH에 참여한 가지랩의 김영인 대표, 아트랩의 엄태웅 대표를 만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의 활용 사례와 방향성을 점검해봤다.


‘하이퍼클로바X’로 웰니스 사업 구축하는 가지랩·아트랩


김영인 대표가 가지랩의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가지랩은 ‘개인 맞춤형 웰니스(Wellness) 큐레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아트랩은 대화형AI로 피부 문제를 진단하는 서비스 ‘스킨챗(SkinChat)’을 서비스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넓은 의미에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태도인 웰니스 분야의 기업으로,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웰빙과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김영인 대표(이하 김 대표)에게 가지랩의 소개부터 부탁했다.

김 대표는 “가지랩은 체중 감량, 스트레스, 수면 관리 등 병원에서 잘 다루지 않는 건강 분야를 관리하고 싶은 소비자, 그리고 맞춤형 전문가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국내 웰니스 관련 시장은 전 세계 8위로 성장했는데, 국내 시장 자체가 무형의 재화에 대한 수요보다는 영양제나 피트니스 센터, 상품에 대한 구매 수요가 높다. 이것을 고려해 개인에게 맞는 진단, 솔루션, 매칭까지 모두 포함한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게 가지랩의 사업 방향”라고 설명했다.

아트랩은 챗봇 기반으로 피부 고민을 상담하고 관련 서비스와 연계하는 스킨챗(SkinChat)을 서비스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아트랩의 경우 피부에 대한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코스맥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엄태웅 대표(이하 엄 대표)는 “피부는 개인마다 모두 다르고, 알아서 잘 맞는 화장품을 찾는 게 보편적이다. 하지만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화가 돼있지 않고, 장기 사용 데이터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이것을 인공지능으로 해결하는 게 아트랩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특히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것이 아트랩의 기술이다. 엄 대표는 “지난 3년 간 피부 분석과 화장품 빅데이터를 구축했고, 그 결과로 최근에 대화형 AI로 피부 및 화장품을 상담하는 전문 챗봇인 스킨챗(SkinChat)을 공개하게 됐다. 사용자가 자신의 피부 사진을 찍어서 질문한다거나, 화장품 특성을 질문하면 대답하는 방식이며, 최근 6개월 간 10만 건 이상의 질의응답을 해결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지랩, 규칙 기반의 인공지능을 하이퍼클로바X로 고도화


가지랩과 아트랩의 서비스는 공통적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한다. 그렇다 보니 개별 소비자에 최적화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가지랩이 기존에 활용해 온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어떤 질문을 하면, 생성한 데이터를 논리적 절차로 제공하는 규칙 기반이었다. 그리고 이를 고도화하기 위해 소비자 데이터는 물론 의료 및 영양 전문가들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해오고 있었다.

가지랩의 솔루션은 데이터를 개인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 출처=네이버클라우드

이 과정에 하이퍼클로바X의 기술이 접목된다. 김 대표는 “앞서 말한 인공지능 절차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도입했다. 정확도가 높아지니 질의응답의 품질도 향상됐다. 예를 들어 챗봇에 어떻게 살을 빼는지 물어본다면 운동을 하라는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을 받는다. 구체적인 식단이나 운동, 내게 맞는 음식이나 요리까지 확인하려면 사용자가 훨씬 더 정밀하게 질문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사전에 설문조사 등을 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롬프트를 대신 제공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답이 나오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가지랩은 클로바X를 기반으로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모델을 구축했다 / 출처=IT동아

네이버 AI RUSH 프로그램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직장인의 이직 커리어 전략에 관한 진단 검사를 만들었다. 김 대표는 ”건강에 신경 쓰는 세대는 직장 때문에 체력, 건강 관리를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현재의 직장이 내 생활 습관과 건강 유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4천 명 이상의 직장인들의 커리어 상담을 진행한 전문가가 경험적으로 구축한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했고, 결과적으로는 사용자가 질문을 고민하지 않고 설문 흐름에 따라 제출한 답만으로도 데이터를 개인화하고 원하는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을 만들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아트랩, 실제 의사 수준의 답변과 네이버 서비스 연동에 초점

아트랩의 경우 실제 의사들이 답변하는 수준의 해답을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질문을 데이터로 구축하고, 빈도가 높은 질문 등에 대해 자문 의사가 교정하는 식이다. 구성 측면에서는 “디지털 뉴딜 사업 등을 통해 서울대병원과 문제성 피부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 화 했고, 이를 비전 AI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질의응답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이를 인터페이스로 만들고 상호작용하고, 추천까지 이어지는 구성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엄태웅 대표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한국어 서비스 구축에 훨씬 유리하다고 말한다 / 출처=아트랩

특히 기존에 GPT를 사용한 모델보다 더 속도나 활용도가 뛰어나 서비스의 완성도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엄 대표는 “기술 기업이다 보니 GPT와 하이퍼클로바X를 비교할 수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데이터 기반이 한국어라서 질의응답을 구축하는 데 더 좋다. 또 단어를 컴퓨터가 받아들이는 구성이 영문보다 더 짧아서 처리 속도가 좀 더 빠르다. 네이버 예약이나 주문 등 여러 가지 서비스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고 장점에 대해 말했다.

엄 대표는 보다 고급 기술을 지원받고, 개발팀과 직접 소통한다는 부분을 장점으로 꼽았다. 엄 대표는 “기술 지원에서 소통이 된다는 점 자체가 도움이 된다. 아트랩은 이미 LLM을 활용해 상세한 부분을 직접 만들고 있지만, 네이버 기술팀을 통해 직접 고급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기도 했다. 또 네이버 AI RUSH 프로그램 중간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등을 비롯한 개발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가시적 성과보다는 가능성 확보에 무게


두 대표 모두 인공지능 개발 및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네이버 플랫폼 기반으로 시장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출처=IT동아

대다수 대형언어모델이나 초거대 AI가 그렇듯, 가지랩과 아트랩 모두 당장의 성과를 내고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장 가능성을 비롯한 의미있는 결과는 내고 있다. 김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는 매출이나 성과보다는 제품 개발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예전에는 큐레이션 규칙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별로 텍스트를 생성하고 상품을 추천하는 과정을 사람이 구축했는데, 협업 데이터나 개인화된 답변을 만드는 과정에 하이퍼클로바X를 쓰고 있다. 이런 반복적인 과정을 대체하면 1년 걸릴 일을 3개월에서 6개월이면 달성할 수 있다. 헬스케어에서 초거대 AI를 활용한 개인화는 시대적 흐름이고, 제품을 먼저 내놓게 된다는 점 자체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트랩의 스킨챗(SkinChat)이 동작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아트랩의 엄 대표 역시 “한류가 강세인 인도나 서남아시아 등 글로벌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지만, 유독 국내 사용자의 기대치가 높다. 그래서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유명 뷰티 유튜버를 초빙하고 그의 개성을 반영한 챗봇을 만들었더니, 마치 의사한테 상담받는 것 같다는 반응을 얻었다. 한국어가 강세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국내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을 가져갈 예정이다”라면서, “네이버 예약과 연계된 병원 예약 서비스인 닥톡(doctalk)같은 서비스와 연계할 수도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기에도 유리하다”라고 덧붙였다.

AI RUSH의 본질은 ‘상생’··· 하이퍼클로바X가 중소기업 성장 돕는다


네이버클라우드의 AI RUSH는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을 파트너로 선정해 하이퍼클로바X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그 배경에는 대기업이 앞장서서 초거대AI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이 시장을 견인하는 흐름이 있다. 대기업은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구축하고, 작은 기업들은 직접 만들 수 없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나 헬스케어나 웰니스 등 건강과 관련된 분야는 시장 접근성이 향상되는 것만으로도 사회 전반에 이로운 영향을 미치니,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가지랩, 아트랩 이외에도 네이버 AI RUSH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하이퍼클로바X로 적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 / 출처=네이버클라우드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스케어 기술이 맞춤형 케어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공급 가격 자체가 내려가고 접근성이 좋아진다. 그러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고, 개인 맞춤형 건강 상품이 등장하며 시장의 규모를 키우게 된다. 그 결과 더 많은 기술이 등장하고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흐름이 생긴다. 스타트업에게는 중요한 기회이고,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도 상생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트랩의 엄 대표 역시 “스타트업은 세상이 올 것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가져오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다. 미래의 화장품 시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을 겨냥하지 않고,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시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피부 맞춤, 분석, 추천에 집중할 것이다. 이런 것들은 네이버나 오픈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고, 이를 서로의 가치로 만들기 위해 상생해야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고도화되는 것, 그것이 핵심이고 가치라고 본다”라고 마무리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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