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vs메디톡스 균주 소송 판결에 시장 ‘흔들’… 증권가 “나보타사업 영향 미미할 것”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2월 13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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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민사 1심 메디톡스 승소 판결
대웅·메디톡스·휴젤·美 에볼루스 주가 영향
대웅 파트너 에볼루스 “미국 사업 영향 無” 발표
메디톡스, 1심 판결 전 에볼루스 주식 일부 처분
대웅 항소 예고… 2심 판결 관심↑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주름개선용 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핵심원료인 균주를 두고 벌이는 소송전이 전체 시장에 파장을 미치는 모양새다. 재판부가 약 5년 만에 낸 민사 1심 판결이 국내외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흔들었다. 각 회사 주가는 요동쳤고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영위하는 휴젤과 대웅제약 미국 보툴리눔 톡신(나보타, 현지 판매명 주보)사업 파트너업체 에볼루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을 원고(메디톡스) 부분 승소로 판결했다. 대웅제약 측에 나보타 제조와 판매금지를 명령하면서 메디톡스가 청구한 금액의 80% 수준인 약 400억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1심 판결이 나오자 메디톡스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내고 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대웅제약은 1심 판결이 오판이라고 주장하면서 항소와 강제집행정지신청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가장 관심을 모은 나보타 해외사업 가능 여부에 대해 대웅제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웅제약 나보타사업 미국 파트너업체인 에볼루스 역시 한국시간으로 주말이었던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번 민사 1심 판결이 주보 또는 누시바(나보타 유럽 제품명) 생산 및 수출, 해외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에볼루스 측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합의한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계약 대상인 3사는 한국 소송을 포함해 모든 분쟁에서 합의를 이뤘다. 3자 합의 계약에서 메디톡스는 취소할 수 없는 제조 및 사업화 권한을 에볼루스에게 부여해 한국 내 소송이 에볼루스 라이선스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문서로 명기해 제출했고 법적 의무가 부여됐다고 강조했다. 지난주를 기준으로 실제 에볼루스 주가는 민사 결과 발표 후 미국 증시 장 초반 에볼루스 주가가 15% 이상 급락했지만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공식 입장이 발표된 이후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

이번 재판부 1심 판결은 소송과 무관한 도 따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체 휴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휴젤 측은 11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벌이는 소송은 휴젤 보툴리눔 톡신사업과 무관하다며 20년 넘는 독자 연구·개발을 거쳐 보툴리눔 톡신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실제로 대웅제약 나보타사업과 얽히고설켜있어 1심 판결대로 나보타 생산이나 사업 비중이 높은 해외 판매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보타사업 해외 판매가 중단될 경우 메디톡스 측에 가해지는 타격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나보타 미국 사업과 관련해 에볼루스와 합의 및 계약을 마쳤다. 대웅제약의 나보타사업 미국 매출 비중은 약 57%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익률도 높고 시장 규모도 가장 크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와 나보타 미국 사업 관련 합의 과정에서 에볼루스 지분을 대량 매입했고 대웅제약 나보타가 현지에서 판매될 때마다 로열티를 지급받기로 했다. 지난 8일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 일부(218만7511주, 약 232억 원)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지분 9.13%(507만1989주)를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약 583억 원(환율 1270원 기준) 규모다. 로열티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로열티는 받고 있지만 금액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을 이틀 앞둔 시점에 주식 일부를 처분한 이유로는 경영효율화를 들었다. 경영효율 차원에서 진행된 주식 처분으로 이익실현이나 투자확대 등이 주요 목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메디톡스가 지난 8일 대웅제약 나보타사업 미국 파트너업체 에볼루스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메디톡스가 지난 8일 대웅제약 나보타사업 미국 파트너업체 에볼루스 주식 일부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에볼루스의 입장 발표 이후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민사 소송 1심 결과가 대웅제약 해외 나보타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사업의 경우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비중이 높지 않아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수출 관련 매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와 함께 에볼루스가 권리를 가진 호주와 캐나다, 러시아, 남아공, 일본 등 지역에 대한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연구원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미국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1분기 실적 악화를 감안하더라도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보타 매출이 대웅제약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별도 기준으로 5.3% 수준”이라며 아직은 비중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송이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국내 매출액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가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특히 대웅제약 2022년 매출(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나보타 국내 매출 규모는 약 300억 원 수준으로 비중이 전체의 2.5%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메디톡스는 나보타 미국 사업과 관련해 대웅제약의 또 다른 현지 파트너업체 이온바이오파마와도 합의를 맺은 바 있다. 이온바이오파마는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치료용 나보타(보툴리눔 톡신)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공식 출시를 앞두고 이온바이오파마는 지난 2021년 메디톡스와 보툴리눔 톡신 권리에 대해 합의를 마친 상태다. 아직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에볼루스와 달리 로열티는 지급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메디톡스가 소송을 제기한지 약 5년 4개월 만에 나온 ‘균주 소송’ 관련 국내 재판부 첫 판단이다. 대웅제약이 항소를 예고함에 따라 2심 판결에 업계 관심이 몰리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형사 소송에서 검찰이 균주 도용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내린 상황 속에서 민사 1심 재판부가 정반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이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사례처럼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ITC는 예비결정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10년간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종결정에서 균주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기술 도용으로 21개월 수출 금지를 선고했다. 이후 ITC는 최종결정을 자진 무효화해 균주 관련 분쟁 상황이 소송 이전 상태로 회귀한 바 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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