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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전문의 칼럼]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바꿔야 국민이 산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입력 2022-12-07 03:00업데이트 2022-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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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비극적인 재난도 슬프게 반복되고 있다. 2005년 10월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아픔이 남아 있는데 2022년 10월 서울 이태원에서 더 큰 규모의 인명 피해가 처절하게 되돌아왔다.

1993년 홍콩 란콰이퐁 새해맞이 행사의 거리에서, 2001년 일본 아카시(明石)시 불꽃놀이 축제의 좁은 다리에서도 압사 사고가 있었다. 우리는 이웃 나라의 압사 사고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했고, 직접 겪으면서도 무심했다. 그동안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만들어졌고, 이동형 병원인 중앙재난의료지원팀뿐 아니라 지역별 재난거점병원에 재난의료지원팀(DMAT)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현장응급의료소 천막과 장비, 의료장비, 의료 소모품과 재난의료지원차량을 지급한다. DMAT가 출동하면 소정의 수당도 지급한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다. 문제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직원이나 DMAT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 모두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라는 점이다. 재난응급의료 교육도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는 모두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외국도 의료의 전문적 특성 때문에 당연히 민관이 협력한다. 다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재난으로 출동하는 DMAT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에게 급여뿐 아니라 한시적으로 공무원 신분을 보장해 준다.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공무원과 같이 법적 보호 및 보상을 한다.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재난응급의료대응 관련 정부 부서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가 유일하다. 사무관, 주무관 1명씩 다른 업무를 하면서 재난응급의료 업무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 ‘재난응급의료대응본부’와 같은 조직을 설치해, 평시에 본부장급 고위공무원이 책임을 맡아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관리하다가 다수 사상자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DMAT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서 4시간 이상 강도 높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7시간 이상 경찰 조사에 더해 국회 국정조사 대상이 됐다고 한다. 참담할 따름이다. 그나마 민간이 간신히 지탱하는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이렇게 흔들어 버리면 앞으로 누가 기꺼이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려고 하겠는가.





다수 사상자 사고 현장 대응 인력의 핵심은 역시 소방 119구조·구급대원들이다.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과 인구의 뉴욕시는 구급차와 구급대원의 수가 서울의 2.5∼3배나 된다. 물론 소방력 강화는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소방 119구급대원이 심장정지환자의 심폐소생술에서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에피네프린 약물 주사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소방 119구급대원들의 제한된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에서 관련 법률과 시행령,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된다. 이미 2019년부터 소방청에서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 처치 시범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으나, 국회에 발의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일부 개정안)은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대응도 제자리걸음이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취약한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에 대해 정부와 국회, 언론과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개선점을 찾아 바꾸는 게 필요하다.

재난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보건소와 DMAT의 협조와 협력이 원활해지려면 법률이나 매뉴얼 개정으로 끝날 게 아니다. 실질적인 재난 훈련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 지원, 그리고 국민 관심이 필요하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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