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척수 빼닮은 ‘척수 오가노이드’ 국내 연구진이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형태까지 그대로 모방한 건 처음
신경관 결손 원인 등 연구에 활용

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척수에 가장 가까운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체외 배양해 발달 과정과 구조적 특징을 모방한 ‘미니 장기’다. 발달 과정은 물론이고 형태까지 인간의 척수와 닮은 오가노이드가 개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가장 흔한 선천성 발달장애인 신경관 결손의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에 우선 활용할 계획이지만 향후 다른 척수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사진) 연구팀은 인간의 신경관 형성과 발달 과정을 그대로 모방한 척수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명의학공학’에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척수는 척추 내 중추신경의 일부분으로 뇌와 연결돼 있다. 신경관은 뇌와 척수로 발달하는 배아의 구조물이다. 신경관이 뇌와 척수로 발달할 때 신경관이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신경관 결손이 발생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30만 명의 태아에게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지만 임신 3주 차에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선 교수팀은 2015년부터 척수 오가노이드 개발에 도전했다. 앞서 개발된 척수 오가노이드는 세포 구성 등이 신경관과 유사하지만 비슷한 형태를 재현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제작 순서를 바꿔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배아줄기세포를 곧장 3차원의 신경관으로 발달시키지 않고 우선 2차원의 판 형태로 만든 다음 그 판을 둘둘 말아 가는 관 형태를 띠게 했다. 이런 방식으로 신경관과 형태가 비슷하고 세포 배열이 흐트러지지 않은 척수 오가노이드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연구팀은 오가노이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경관 결손을 유발하는 약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실제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와 비슷한 위험 약물을 투입한 오가노이드에서만 비정상적인 형성 과정과 구조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이화여대, 인공지능벤처기업 인터마인즈 등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인간 척수#척수 오가노이드#국내 연구진 개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