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중 8번은 알아서 꿰맸다… ‘로봇 외과의사’ 더 정교해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존스홉킨스대 ‘STAR’ 실험 성공

악셀 크리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조직 자율로봇(STAR)’이 돼지 복강경 장문합 자율수술을 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제공
악셀 크리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 조직 자율로봇(STAR)’이 돼지 복강경 장문합 자율수술을 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제공
로봇이 인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은 채 돼지의 장을 실로 꿰매 이어붙이는 자율수술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과 영상 시스템을 활용해 배에 구멍을 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을 자율적으로 수행했다. 과학자들은 자율수술 기술이 발달하면 의사의 기량 차이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술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간만큼 정확한 수술 수행하는 자율 로봇

악셀 크리거 미국 존스홉킨스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 조직 자율로봇(STAR)’을 개발해 돼지의 장을 봉합하는 장문합 복강경 수술을 인간만큼 정확히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달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문합술은 실과 바늘로 장기의 두 부분을 연결하는 수술이다. 장을 연결하는 장문합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정확성이 요구된다. 수술 중 손이 떨리거나 바늘로 잘못 찔러 장 누출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 반복적인 동작을 얼마나 정밀하게 하느냐에 수술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

인간처럼 손을 떨지 않고 반복 동작에 유리한 로봇에게 문합술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욱 어렵다. 문합이 필요한 장기가 뼈처럼 단단하지 않고 물렁물렁하기 때문이다. 바늘을 찔러 넣으면 그때그때 모양이 바뀌는 만큼 매 순간 다음 수술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크리거 교수는 “의사들은 경험으로 그때그때 대처하지만 로봇은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STAR는 2016년 처음 돼지를 상대로 장문합 수술을 시도해 성공했다. 다만 당시에는 복강경 대신 개복이 필요했고 인간의 안내 없이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STAR는 수술 영역을 정확하게 시각화할 수 있는 특수 봉합 도구와 영상 시스템을 추가로 장착해 한층 강력해졌다. 강진우 존스홉킨스대 전기및컴퓨터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3차원 내시경과 AI 추적 알고리즘이 쓰였다. 매 시간 모양이 바뀌는 장 조직을 촬영하고 판단해 로봇이 바늘을 찌를 정확한 위치를 찾아낸다. 강 교수는 “3차원 AI 시각 시스템으로 어두운 복강경에서도 지능형 수술 로봇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가짜 장 조직을 이용한 수술 실험에서 STAR는 인간보다 정교한 손놀림을 선보였다. STAR는 총 118바늘 봉합을 시도해 이 중 20회만 인간의 판단을 요구했다. 83%는 자율적으로 바늘을 찔러 넣은 것이다. STAR는 가짜 장 조직을 완벽히 꿰매는 데 약 55분이 걸렸다. 외과의가 로봇을 활용하는 로봇 보조수술의 시간인 32분보다는 23분가량 길었다. 그러나 봉합용 실 간격의 편차는 STAR가 2분의 1 수준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4마리를 대상으로 한 수술에서도 STAR는 86회 봉합 중 29회만 인간의 도움을 요청했다. 수술에 걸리는 시간은 인간과 비슷했고 수술 후에 장의 누출 압력과 연결성을 분석한 결과 외과의사가 진행한 수술과 비슷한 점수를 받았다. 돼지들은 수술 후 2주가 지나도 체중 변화 같은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수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비교하면 총 5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봤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2단계 자율주행처럼 STAR는 봉합 같은 특정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크리거 교수는 “STAR는 최소한의 인간 개입으로 수술 계획을 짜고 조정해 실행까지 하는 최초의 로봇”이라며 “로봇 문합은 정밀한 수술이 이뤄지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 AI 발전으로 자율 수술 로봇 ‘기지개’

AI가 빠르게 발달하며 로봇 수술에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시도는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뇌종양 수술 이후 잔여물을 스스로 감지하고 청소하는 로봇 시스템을 개발해 2017년 국제학술지 ‘의료로봇 및 컴퓨터 보조 수술’에 발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전스’에 자율제어가 가능한 대장 내시경을 개발해 소개하기도 했다.

엘레나 데 모미 이탈리아 밀라노공대 전자정보생명공학부 교수는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아직은 임상 결과가 더욱 필요하지만 AI 발전과 함께 수술로봇의 자율성이 높아지면 외과 의사의 훈련과 무관한 수술 절차가 표준화될 것”이라며 “의사들의 업무량을 줄이는 동시에 안전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美 존스홉킨스대#로봇 외과의사#star#실험 성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