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글로벌 백신 허브’ 도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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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
혁신신약 기술수출 가속화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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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미국 백신 원료기업이 한국에 620억 원의 생산시설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국내제약·바이오 업계는 안정적인 원부자재 공급망을 짜고, 위탁생산(CMO)을 확대하는 등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가시화


보건복지부 글로벌백신허브화 추진단은 이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백신 협력 협약 체결식’과 ‘한미 글로벌 백신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 생명과학 기업 ‘싸이티바(Cytiva)’가 한국에 백신 원부자재 생산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5250만 달러(약 621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글로벌 원부자재 기업이 한국에 생산시설을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17개 백신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원부자재 공급, 백신 공동개발, 위탁생산, 감염병 대응 연구협력에 관한 총 8건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추진단은 “백신 원부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협약이 백신 개발 및 생산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삼바-미국 모더나 등 주요 코로나19 백신의 위탁생산을 따낸 바 있다. 여기에 GC녹십자도 최근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과 백신 위탁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CMO 계약을 맺은 가운데, 안정적으로 생산을 진행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이처럼 기반을 쌓아 놓고 생산 실력을 보여준다면 원액 생산을 따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현재 삼바가 모더나의 완제공정(DP) 계약을 따낸 가운데, 기술 이전을 뜻하는 원액 생산(DS) 가능성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생산 과정에서 원료 수급과 이물질 발견 등으로 인해 여러 차례 차질이 발생한 만큼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업계 “올해 기술수출 신기록 기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올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주목받은 만큼 신약 기술수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위탁생산과 백신 외교로 국내 업체들이 그전보다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을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7월 중순까지 회원사 299곳의 기술 수출은 총 15건, 수출액은 5조737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 신약 구성도 항암, 위식도역류질환, 플랫폼 기술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올해 1월 GC녹십자랩셀과 미국 관계사 ‘아티바’는 미국 MSD에 최대 2조900억 원의 CAR-NK 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다. 2월에는 제넥신이 인도네시아 제약사에 1조2000억 원의 면역항암제 수출 계약을 성공시켰고, 대웅제약은 3월과 6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을 중국과 미국 제약사에 각각 3800억 원, 4800억 원에 수출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7∼12월) 기술 수출 무대인 글로벌 학회 등이 이어져 지난해 기술 수출 실적인 10조15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백신 위탁생산과 기술수출 성과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연구개발 투자의 결실이다. 협회가 발표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투자 현황 등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6년 8.9%에서 2018년 9.1%, 지난해 10.7%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협회 측은 “선진국처럼 벤처와 대형 제약사가 함께 개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늘고 있다. 특히 중소·벤처사들의 라이선스 이전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상위권 제약사 임원은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R&D에 두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에는 한없이 못 미친다”며 “코로나19로 제약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bio 의약#건강#의학#의약#k제약바이오#백신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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