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쌓이는 생활쓰레기 난제… 과학기술서 해법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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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硏 ‘국가난제’ 연구 분석

서울 송파자원순환공원 내 재활용 쓰레기 분류 작업장에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송파자원순환공원 내 재활용 쓰레기 분류 작업장에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동아일보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바꿔 놓은 일상 중 하나는 넘쳐나는 생활 폐기물이다. 6월 포르투갈 아베이루대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78억 인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 개수는 1290억 개에 이른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크게 늘면서 플라스틱, 택배상자 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하루 평균 폐기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나 증가했다.

생활 폐기물 문제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문제였고 2000년대 이후에는 재활용 제품 품질 저하와 불법 폐기물 처리가 골칫거리였다. 정부는 1996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2021년 시행 예정인 공공폐자원시설 설치지원법 등으로 대응했지만 생활 폐기물 문제는 여전한 국가적 난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20 국가 난제 연구 성과보고회’를 열고 외교·국방, 도시개발, 환경 분야 6개의 국가 난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폐기와 처리 관련 규제보다는 폐기물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활성화로 정책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폐기물 처리산업 활성화에 방점 찍어야”


STEPI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국가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난제가 고착화된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결을 위한 지식, 체계, 방법, 수단, 정책을 모색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차 연구에서 난제의 특징을 지속성, 복잡성, 불확실성으로 규정하고 국내외 문헌과 국가설문조사를 통해 해결이 필요한 10개 분야, 39개 문제를 ‘국가 난제’로 선정했다. 올해 수행한 2차 연구에선 외교·국방, 도시개발, 환경 부문 난제를 2개씩 선정해 분석했다.

환경 분야 난제로 꼽힌 생활 폐기물 문제 분석을 위해 이혁 STEPI 부연구위원은 ‘토픽 모델링’ 기법을 활용했다.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문서에 포함된 단어를 분석해 ‘주제’를 찾는 통계 모델이다. 언론과 정책, 연구 부문에서 생활 폐기물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도출하고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한 문헌 수만 언론 1만4895건, 정책 751건, 연구 2181건에 이른다.

분석 결과 주거시설 쓰레기 문제, 쓰레기·폐기물 수거, 해양플라스틱 문제, 불법 무단 투기 및 소각 이슈 등이 주요 주제로 나타났다. 이후 한 문서에서 같이 쓰인 단어를 선으로 연결해 네트워크로 나타내는 ‘유사도 네트워크’ 기법을 적용한 결과를 바탕으로 7명의 환경 분과 전문가와 함께 12개의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효율적 폐기물 처리를 위한 거래제도 도입과 산업화 활성화 방안 마련 △재활용 인증기관 설립과 환경 친화형 소각 처리 시설 설치 △최신 기술 적용 처리 시설 도입 등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대안으로 꼽았다.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정책대안은 △폐기물 수거·처리에 대한 공공관리 강화 △폐기물 분담금과 생산자책임제활용제도 개선 등이었다. 처리와 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활성화를 가장 정책적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결론이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루 5만 t의 생활 폐기물이 쏟아지고 올해는 배달 증가로 일회용품 플라스틱 소비가 굉장히 많아졌다”며 “생활 폐기물을 매립하고 소각할 장소도 부족해 실제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하태정 STEPI 선임연구위원은 “국가 난제는 한 주체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정부, 국민, 이해관계 당사자가 함께 공론화하고 정책 대안 패러다임 전환 노력을 통해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비리 해결 위해 감사 절차 간소화해야”


이날 외교·국방 분야 국가 난제로 지목된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해서는 의외의 결과가 도출됐다. 연구발표를 맡은 하 선임연구위원은 방위산업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학기술 정책 관련 국방 리더십 강화와 방위사업 추진과정에서의 민간 참여 확대를 포함해 12개의 정책대안을 내놨다.

우선순위를 살펴보면 ‘국방 리더십 강화’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적정 수준의 감사체계’, ‘감사절차 간소화’, ‘혁신적 국방기획관리제도 재구축’, ‘연구개발(R&D) 수행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방위산업 비리 사건이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방위산업 업체의 혁신을 방해하고 있으며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방산 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 선임연구위원은 “방위산업에 대한 엄격한 감시체계가 국가방위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방위산업에 씌워진 부정적인 프레임이 방위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지 재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mnchoo@donga.com
#생활쓰레기#난제#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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