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증상 ‘후각 상실의 비밀’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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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진 이대 교수, 국제 연구 참여… “국내 환자 후각상실 사례 수집”

정서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후각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고자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정서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후각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고자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를 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초기 증상 가운데 기침이나 고열 외에도 후각 상실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과학기술계가 관련 연구에 나섰다. 이달 7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579명 중 59%가 후각을 잃는 증상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대구시의사회가 대구 내 코로나19 환자 31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15.3%에 해당하는 488명이 후각을 잃었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 “냄새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코로나19 증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군은 코로나19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기지 입구에서 식초를 이용한 후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후각 상실의 명확한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2개국에서 410명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출범한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 연구자로 참여한 정서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 초기 나타나는 새로운 증상 가운데 후각 상실증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주요 증상으로 등장한 후각 상실증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을 서둘러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출범한 프로젝트 정식 명칭은 ‘화학적 감각 연구를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코로나19 초기 증상으로 후각을 잃는 이유와 함께 미각 상실증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의 증상으로서 후각·미각 상실증이 다른 증상들과 어떻게 동반돼 나타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증상 감염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더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모른 채 돌아다니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사례가 늘면서 각국의 방역망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 당국도 무증상자에 의한 코로나19 전파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달 19일 “환자 중 약 30%가 진단 당시 무증상으로 나타났다”며 “무증상자로 인한 급속한 전염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 대학 소속 연구자로는 유일하게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임주연 미국 오리건주립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두 연구자는 후각을 실험하는 진단키트를 만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후각 상실 사례들을 먼저 모을 계획이다. 임 교수는 화상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경세포를 공격해 후각이 상실되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인종 간 차이를 밝히려면 한국인의 사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연구자는 자료 수집을 위해 코로나19 환자와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설문지는 한국어를 포함해 20개 언어로 번역됐다. 설문지 작성에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미 프랑스어 설문지는 약 8000명이, 영어 설문지는 약 3300명이 작성을 마쳤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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