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돈 된다” 민간기업들 우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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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가 초소형위성이 우주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장비인 열 진공 챔버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재필씨 제공
박재필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대표가 초소형위성이 우주 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장비인 열 진공 챔버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재필씨 제공
초소형위성 제작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이달 3일 서울에서 부산으로 회사를 옮겼다. 올해 4월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에 부산형 초소형위성인 ‘부산샛’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미래해양도시 부산의 해양신산업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사업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에 첨단기술을 도입하려는 부산시와 위성 해양측정기술을 보유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위성 제작기술을 갖춘 기업이 모여 초소형위성을 통한 해양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지자체가 우주기술을 해양관리에 이용하는 국내 첫 시도다. 2022년경 420km 고도에 초소형위성 12개를 띄워 부산항을 1시간 이내 간격으로 상시 관측하는 것이 첫 목표다. 1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광학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해양과 항만 지역을 감시한다. 선박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선박용 무선통신기술(VDE)과 선박 자동식별장치(AIS)도 들어간다.

우주발사체 스타트업 ‘페리지항공우주로켓’은 2020년 소형발사체를 쏘아 올린다. 한국에서 민간이 주도해 개발한 소형발사체가 우주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사체에는 2021년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초소형 시험위성도 탑재체로 실릴 예정이다.

우주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다. 이제는 세금을 들여 지원해야 할 분야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상업적으로 투자하고 사업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산업의 일부가 된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민간 주도하에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17년 3240억 달러(약 378조 원)에서 2040년 1조1000억 달러(약 128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우주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페이스 에인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투자자금이 들어간 우주개발업체는 2000년 24개에서 올해 375개로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민간 투자액은 190억 달러(약 22조1000억 원)에 이른다.

나라스페이스가 주력하는 초소형위성은 2010년대 초부터 상업적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뉴스페이스 사업 분야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2014년 설립된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플래닛랩스’가 꼽힌다. 100대 이상의 초소형위성을 이용해 24시간 지구 전역을 그물망처럼 촬영하며 하루 120만 개 이미지를 생성한다. 촬영된 사진과 영상은 농업, 국방, 첩보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일본 우주개발업체 ‘악셀스페이스’도 소형위성으로 관측한 데이터를 판매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총 50개의 인공위성을 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위성서비스기업 SES가 운용할 위성을 유럽의 우주기업 에어버스사가 제작하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룩셈부르크의 위성서비스기업 SES가 운용할 위성을 유럽의 우주기업 에어버스사가 제작하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전통적인 위성서비스 기업도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SES는 정지궤도와 중궤도에 73개의 인공위성을 운용 중인 세계 최대 위성운용회사다. 1985년 설립된 뒤 1988년 첫번째 위성 ‘아스트라1A’를 발사하며 유럽 최초의 민간 위성운용회사가 됐다. 지금은 통신, 방송, 데이터 중계 등 다양한 위성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2017년 매출액은 약 20억 유로(약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위성기술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도 선전하고 있다. 해상용 위성통신 안테나로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 ‘인텔리안테크놀로지’는 올 5월 세계 최대 위성 콘퍼런스인 ‘새틀라이트 2019’에서 ‘올해의 위성기술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초로 2.4m 크기의 다주파수, 다궤도 안테나를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세 가지 대역의 주파수와 정지궤도, 중궤도 등 여러 궤도의 위성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세계 유일의 안테나다. 속도도 10배 이상 높였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카니발사의 선박에 설치되는 등 초고속 대용량 위성인터넷이 필요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영국 스타트업 ‘원웹’은 2021년까지 130kg의 위성 648개를 1200km 상공에 올려 세계에 무선 네트워크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저장과 처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인공위성 데이터 다운로드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의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한다. 샤인 호손 AWS 총괄은 “우주산업 인프라를 제공해 우주통신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승한 shinjsh@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우주산업#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페리지항공우주로켓#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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