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늑대’ 화웨이가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뿐만 아니라 5G를 바탕으로 하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사활을 걸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이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어 5G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5G 통신장비 시장 경쟁의 서막
“5G는 기대한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켄 후 화웨이 순환회장은 16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HAS)’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4G 상용화 초기에 비하면 칩셋과 기지국, 상용 스마트폰 개수 등 모든 수치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5G 기지국 수는 10만여 개이지만 2025년에는 6500만 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통신망, 기지국 등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화웨이(31%)를 추격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4G 통신장비까지는 화웨이에 뒤졌지만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5G 무대에선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이 21%로 2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과 미국에서 화웨이를 따돌리고 대량 수주한 결과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5G 통신장비 시장을 확보할 경우 통신망과 칩, 스마트폰에 이르는 5G 관련 핵심 부품 및 완성품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셈이 된다.
화웨이에도 가장 먼저 5G 상용화를 시작한 한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국가안전국(NSA)이 정보 유출을 우려하며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등 미국의 견제가 극심한 상황에서 한국은 동남아 시장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거점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사업자 중에선 LG유플러스가 4G와 5G 장비 중 3분의 1을 화웨이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 아시아 연구개발(R&D) 인력 블랙홀 위협
후 순환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AI 클라우드 등 5G 시대 신규 사업 포부도 밝혔다. 그는 “화웨이는 최근 AI 전용 칩셋을 개발했으며 AI, 클라우드와 관련해 2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아시아의 R&D 인력의 블랙홀’로 부상할 위협도 커지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이미 AI 관련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다. 지난해 화웨이의 R&D 투자비용은 1015억 위안을 기록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14.1%다. 한국에서 가장 앞서 가고 있는 삼성전자(7.7%)의 배에 가깝다.
15일 중국 둥관의 옥스혼 캠퍼스를 방문했다. 화웨이의 ‘두뇌’에 해당하는 R&D 기지다. 화웨이는 서울 여의도 절반 면적의 옥스혼 개발에 1조7000억 원을 들였다.
화웨이는 올해 말까지 옥스혼에 총 2만50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주거비를 전액 화웨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연구원 가족까지 수용할 수 있는 고급 빌라촌도 조성했다.
데이비드 왕 화웨이 투자검토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화웨이는 유럽연합(EU) 집계 R&D 투자 우수 기업 5위에 올랐다”며 “화웨이는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산업의 프레임을 선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ICT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우수 인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화웨이가 아시아의 R&D 인력을 대거 흡수하기 전에 우리도 우수 인력 확보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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