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끈지끈 두통 보톡스로 잡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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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류온화 신경과 전문의
류온화 신경과 전문의
20대 여성 김 씨는 10대 때부터 두통이 있었다. 왼쪽 머리가 지끈거리며 눈이 빠질 것 같은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들었고 오심도 동반됐다. 일주일에 3, 4번 정도 두통 때문에 약을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나중에는 약을 먹어도 아프고 먹지 않아도 머리가 아팠다. 김 씨는 보톡스(보툴리눔 독소)를 통해 두통을 치료 해보라는 지인의 권유를 받았다. 미용 목적으로 주로 쓰이는 보톡스를 두통 치료에 쓴다는 것이 생소했지만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시도해 봤다. 결과는 성공적.

여성의 18%, 남성의 6%는 일생에 한번 이상 편두통을 경험한다. 흔히 머리의 한쪽이 아프면 편두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편두통의 40%는 양측으로 두통이 발생한다. 편두통은 주로 오심 또는 구역을 동반하고 두통이 있을 때 빛과 소리에 예민해지는 증상도 생긴다. 편두통은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이 지속되다 보면 환자들은 우울감에 빠지기 쉽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한다. 따라서 두통은 만성화되기 전에 급성기 약물로 조절해야 한다.

이미 두통이 만성화됐다면 예방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예방약물과 급성기 약물로도 잘 조절되지 않는 두통이거나 치료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심할 때는 보톡스를 두피와 경부 근육에 주사함으로써 조절할 수 있다.

보톡스는 보툴리눔 독소라(botulinumtoxin)는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는 체내의 신경말단에서 근육수축을 일으키는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억제한다. 미용의학에서는 흔히 잔주름을 만드는 근육을 가역적으로 마비시켜 주름살을 없어지게 한다. 편두통 치료의 보톡스 효과는 안면주름 치료 목적으로 투여받은 환자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이후 보톡스의 효과를 더 연구해 봤더니 보톡스가 통증에 관여하는 염증물질의 전달도 억제시키는 것이 밝혀졌다.

편두통은 예민해진 뇌가 통증성 신경염증 전달물질의 분비에 반응해서 발생한다. 보톡스를 편두통 환자에게 투여하게 되면 근육긴장 완화효과뿐만 아니라 말초에서 통증성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하고 직접적으로는 말초감작, 간접적으로는 중추성 감작을 감소시켜 염증성통증을 억제함으로써 편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는 것이다.

2010년에 미국 FDA는 만성편두통 치료제로 보톡스를 공식 인정했다. 보톡스 효과의 유지 기간은 보통 3개월이다. 보톡스 주사는 3개월마다 맞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효과가 약물과 비슷하거나 더 좋고 약을 매일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두통은 흔한 질병이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환자들은 약을 먹는 것을 두려워해 통증을 방치하거나 너무 자주 두통약을 복용해 약물과용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두통의 종류는 다양해서 두통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그 두통에 대한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다. 또 두통에 대한 교육도 함께 받아서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가끔 발생하던 두통을 방치하면 결국 만성화돼 약을 써도 잘 듣지 않는 경우가 있다. 두통이 있다면 신경과를 찾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 두통에서 해방되는 삶을 누리기 바란다.

류온화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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