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오르고 경고그림도 강화…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 꺾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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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담배의 세금 90% 수준으로 인상안 확정시 5000원대로 오를듯
‘주사기 그림’ 전부인 현행 경고도 혐오 그림으로 바뀔 가능성 커

‘담배업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던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현행 일반 담배의 50% 수준에서 90%로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고 그림을 일반 담배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세금 인상안이 적용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현재 4300원짜리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전용 담배 ‘히츠’ 1갑에는 총 1739원의 세금과 부담금이 부과된다. 이번에 통과된 개별소비세 외에 다른 세금과 부담금 모두 일반 담배의 90%로 오르면 세금과 부담금은 2986원으로 불어난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세금 인상안이 확정된다면 가격을 5000원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

흡연자들은 세금 인상분이 반영된 새 가격이 얼마로 정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아이코스 기기 값은 1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전용 담배인 히츠 가격이 일반 담배보다 200원 싸기 때문에 매일 1갑씩 16개월 이상 피우면 일반 담배보다 경제적으로는 이득이다. 이런 경제적 판단이 많은 흡연자들이 아이코스로 갈아탄 이유 중 하나였다.

직장인 류모 씨(32)는 “일반 담배보다 냄새가 덜하고 가격이 저렴해 아이코스를 애용하고 있다”며 “가격이 올라도 4500원까지는 별 거부감이 없겠지만 그 이상이라면 흡연량을 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편의점 등에서는 가격 인상 전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일반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꾸려던 흡연자들은 가격 인상 전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15년간 담배를 피운 엄모 씨(35)는 “올 초 결혼한 뒤 아내가 담배 냄새를 너무 싫어해 아이코스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다니 조금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사용자 대다수는 가격이 비싸지더라도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 대다수가 냄새가 적고 연기가 나지 않고 건강에 덜 유해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고그림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 그림을 강화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주사기 그림’이 전부인 현행 경고 그림이 일반 담배처럼 10가지 혐오 그림을 넣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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