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우영]지식과 통섭 그리고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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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이끄는 사회-경제 대변혁, 초고속으로 진행
눈앞에 다가온 AI, 기술인력 육성도 새 시대 대비해야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기계공학도이자 공공부문 직업기술교육을 맡은 공인으로서, 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한 해를 성찰하며 새해를 구상한다. 목전의 절실한 고민은 제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과 같은 변화다. 수북한 세미나 자료와 보고서들, 영화 한 편조차 변화와 혁신의 화두에 천착한다. 저변엔 ‘촛불’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절실히 새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는 변화는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가. 고민 끝에 역사에서 두 열쇠를 찾았다. ‘지식’과 ‘통섭(統攝·consilience)’. 통섭은 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어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의미로, 인문 사회 자연과학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함을 뜻한다.

 17세기 영국의 베이컨은 세상을 바꾼 3대 발명으로 화약, 나침반, 인쇄술을 꼽았다. 이들 과학기술이 확산시킨 건 지식과 통섭이었다. 아득한 실크로드를 통해 이를 나르던 유목민들의 모습들. 과학기술의 전파는 정치와 사회, 경제적 패러다임까지 변화시켰다.

 지금 앞에는 혁신에 대한 몇 권의 책들, 지난해 말 미국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회(CEA)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NTSC)의 인공지능 특별보고서와 인공지능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 보고서 요약본이 있다. 또 실행을 앞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인력 양성 방안’ 기획안도 있다.

 인공지능의 공학적 출발은 컴퓨터다. 1960년대 말 알파넷으로 시작한 컴퓨터 통신망은 1991년 표준화된 월드와이드웹과 함께 지식정보 시대의 서막을 연다. 아마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레이먼드 커즈와일의 예측대로라면 30년 후 인공지능 수준은 인간의 지능과 통제를 넘어선 특이점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 순간 하루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정보량은 지구가 생긴 이래 2000년까지 축적된 총량과 맞먹는다 하니 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의 역사 평론은 인공지능 역사학자에게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 실마리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에 있으리라 믿는다. 과학기술의 변화는 정치 사회 경제와 밀접한 패러다임 속에서 변화한다. 우리 세대는 유신과 5공화국으로 상징되는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에서 1987년 민주화와 함께 민주 자치 복지를 화두로 하는 변화를 주도했고, 신자유주의라는 세계경제 체제의 물결 속에서 외환위기와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부침과 아픔도 이겨내야 했다.

 주어진 지식을 암기하고 기술을 숙련하여 직업과 전공을 찾아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던 우리 세대는 스스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새로운 전공과 전문 분야를 만들어 왔고, 정치 사회적으로는 흑백논리의 단순화된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로 제도를 변화시켜 왔다. 일방적 강요에서 능동적 참여의 길을 열었고, 이제 다양하고 다원적인 사회계층과 집단의 요구가 용광로처럼 분출되는 변혁기를 맞고 있다.

 정치에 대한 각성과 참여도 중요하다. 허나 동시에 각자 선 자리의 준엄한 사명을 방관해선 안 된다. 직업기술교육으로 상징되는 공공정책 현장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이 예고하는 미래에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최근 인공지능형 빅데이터 리서치 결과, 우리 정책과 언론의 콘텐츠는 개념과 총론에 주목한 반면, 집단지성에 나타난 국민적 요구는 진로와 직업, 전공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콘텐츠로 둘 사이에 심각한 괴리를 보이고 있었다.

 얼마 전 영화 한 편의 자막이 스친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당신이 나를 존중해 주기를.” 작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지나치게 경직된 영국의 행정 서비스와 정책 집행에 대한 고발과 성찰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영국 사회는 아직 광장이나 촛불과 같은 거대한 시민의 참여까지는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소중한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의 참여 한가운데 서 있다. 거대한 정치와 제도의 혁신뿐만 아니라 각자 서 있는 공공정책 현장에서 묵묵한 사명도 중요하다. 우선은 내가 선 자리의 책무인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직업기술교육 패러다임 구축이 바로 그 사명이다. 30년 후 인공지능이 오늘 우리 직업기술교육에 대해 내릴 준엄한 평가를 내다보며 새해 첫걸음을 내딛는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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