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인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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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11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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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인수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넷플릭스의 다사다난했던 3분기가 끝났다


2016년 3분기 넷플릭스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역사를 바꾼 대히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가 나왔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즈니 영화를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미국 한정).

CW드라마였던 플래시 시즌2, 슈퍼걸도 넷플릭스 리스트에 올라왔습니다.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소니(Sony Pictures)와 함께 만든 드라마 겟다운(Get Down)은 신통찮았습니다.

1편 당 220억 원이 들어간 드라마이고, 올림픽으로부터 고객들을 빼았아올 무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버즈를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는 9편으로 편성돼서 돌아온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기묘한 이야기 덕분에 4년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악재를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또,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에 이어 또 다른 동네를 지키는 영웅(이른바 히어로 포 하이어(Hero for hire)), 루크 케이지(Luke Cage)도 9월 30일 공개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루크 케이지보다 더 관심있는 콘텐츠로 들끓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입니다. 그 어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보다 참신하고 재미있죠(웃음). 덕분에 한참 최고 인기를 끌어야 할 NFL마저 인기가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끔은 픽션보다 논픽션이 훨씬 재미있고 드라마틱 합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넷플릭스도 미국 대선만큼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현재는 잠시 소강상태로 빠졌지만, 9월 30일 부터 넷플릭스 주가는 8% 가량 올랐다. 그 이유는 피인수 소문 때문이다. (출처:Yahoo Finance)>

디즈니, 사실 트위터보다 넷플릭스 인수에 더 관심이 많다

한국을 포함해 19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는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 구독료를 내고 비디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교과서, 바로 넷플릭스입니다.


<148조 원의 가치를 보유한 월트 디즈니 컴패니>

148조 원의 규모, 2015년 매출 60조 원을 가진 미디어 회사가 있습니다. 마블, 디즈니 애니, 픽사, 루카스필름, ABC, ESPN, 디즈니 키즈 채널 등 수 많은 스튜디오와 콘텐츠 업체를 보유하고 있고, 디즈니 월드와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미디어 공룡 '월트 디즈니 캠패니'입니다.


<사실 디즈니는 영화보다 TV 콘텐츠로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디즈니 매출의 핵심은 영화가 아니라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TV 콘텐츠)입니다. 그 다음은 최근 상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디즈니 랜드입니다. 영화는 3순위죠.

지난 칼럼을 통해 디즈니가 트위터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한 적 있습니다. 지금은 트위터 인수에서 손 뗀 것 같지만요. 덕분에 트위터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습니다. 이제 좀 더 본원적인 논의를 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언급되기 시작한 얘기입니다. 디즈니가 트위터 인수에서 발을 빼고, 넷플릭스 인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요. 물론 디즈니뿐만 아니라 애플, 알리바바, 아마존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회사들이 넷플릭스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습니다.

일단 디즈니의 얘기에 집중하죠. 디즈니가 전 세계 9천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국경 없는 방송사 넷플릭스를 인수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9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줍스(Kazoops!)>

두 회사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를 떠나서, 과연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최근 제 아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줍스'라는 애니를 즐겨봅니다. 거기서 자주 나오는 말이 "상상해봐"입니다. 아직 인수 전이고, 가능성도 낮은 편이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디즈니의 인수가 성사된다면 넷플릭스는 어떻게 변할까

첫 번째 질문. 전 세계 사용자들이 디즈니 영화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가입한다?

이미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디즈니 극장 개봉 영화는 2016년부터 3년 동안 넷플릭스와 독점 계약이 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주토피아를 보려면, 단품 디지털 구매 및 대여를 하거나 넷플릭스에 가입해야 합니다>

주토피아(Zootopia), 시빌 워(Marvel's the Civil War), 정글북(The Jungle Book),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 등을 보고 싶다면 렌탈 또는 디지털 구매를 하거나 넷플릭스 서비스에 가입해야 합니다.

기존 유료 영화 방송 채널(한국으로 따진다면 캐치원, OCN)인 HBO, EPIX에서 디즈니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독점 계약의 힘입니다.

만약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인수한다면, 디즈니가 극장 이외의 글로벌 콘텐츠 유통 경로를 확보하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근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는 다른 사업자에게 자사의 콘텐츠를 SVOD(구독료만 내면 무제한으로 시청) 형식으로 공급하지 않고 TVOD(단품 구매를 하거나 2일간 대여를 하는 방식) 형식으로만 공급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플랫폼에서 디즈니 영화는 점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대신 디즈니의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은 넷플릭스에 가입하게 될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고전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 하지만 디즈니의 콘텐츠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약점마저 디즈니가 채워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디즈니 콘텐츠 독점 확보가 미국 1위 케이블 업체인 컴캐스트와 넷플릭스의 파트너쉽 체결에 일조했습니다>

넷플릭스 고객에게도 큰 혜택이 될 것입니다. 해외 고객들은 미국 고객과 달리 디즈니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었으니까요.

두 번째 질문.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지금 수준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의 첫 번째 비전이 개인을 위한 맞춤형 추천 서비스였다면, 두 번째 비전은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넷플릭스의 첫 번째 비전이 강력한 추천 서비스 기반의 고객 맞춤 영화 제공이었다면, 넷플릭스의 두 번째 비전은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넷플릭스가 글로벌 방송사로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만약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인수한다면 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무비와 시리즈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는 무비만을 살펴보겠습니다.)

영화를 유통하는 것이 디즈니의 힘 중 하나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라는 상충되는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큰 돈을 벌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넷플릭스에 힘을 밀어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참고로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는 아담 샌들러의 리디큘러스6, 두 오버,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이 있습니다.


<두 오버(Do Over), 아담 샌들러 주연의 코미디 액션 영화입니다. 극장 개봉 없이 바로 넷플릭스로 전 세계에 배급됩니다>

반면 저예산 영화와 실패한 영화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로 유통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넷플릭스는 2017년 6조 원 가량의 돈을 콘텐츠 수급에 이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디즈니의 영화 부문의 1년 매출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오리지널 영화 제작을 위한 새로운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오리지널 제작을 위한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제법 오리지널 제작 비용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극장에서 흥행한 '홈'의 후속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드림웍스>

넷플릭스는 원래 자사의 키즈 콘텐츠 제작을 위해 드림웍스와 협력했습니다. 인수가 성사되면 이를 디즈니 스튜디오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흥행한 애니메이션의 후속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주: 디즈니는 성공한 극장 애니메이션의 후속을 비디오 대여점 전용으로 만들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는 창구가 디즈니의 ABC 스튜디오로 집중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듭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현재 ABC 스튜디오(마블 시리즈 제작), 라이온스게이트(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제작), 소니 픽쳐스(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 등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디즈니에 인수되면 원래 디즈니의 자회사인 ABC 스튜디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지금 넷플릭스에는 19세 이상 관람가 수준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습니다. 반면 디즈니는 대표적인 가족주의 회사라 되도록 온 가족이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 위주로 제작하죠. 과연 넷플릭스만의 코어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마블 디펜더스(Defenders)와 아이언피스트(IRONFIST)라니...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만의 하드보일드함이 사라지는 것 아닌지 걱정입니다.

세 번째 질문. 디즈니는 훌루를 어떻게 대할까요?

디즈니는 넷플릭스의 라이벌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1,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습니다.

훌루는 원래 지상파 방송을 다시 보여주기 위한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넷플릭스 못지 않게 영화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대항해서 나온 훌루 오리지널 11.22.63 (존 F 케네디 암살을 막는 시간여행 드라마)>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인수했다고 가정해봅시다. 훌루 지분을 유지하더라도 자사 콘텐츠 공급을 넷플릭스로 몰아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40조 원 이상을 들여 산 회사에 투자를 더 많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2016년 9월부터 디즈니 영화는 넷플릭스에 독점 공급되고 있습니다.

ABC의 인기 드라마인 모던 패밀리마저 넷플릭스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가장 큰 고민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ABC의 인기 드라마들이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마블 에이전트 오브 실드,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 스캔들, 원스 어폰 어 타임, 그레이 아나토미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될 것이란 얘기죠. (미국에서는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공급 중입니다.)

훌루와 아마존은 골치가 아파질 가능성이 높고, ABC.com에서 해당 콘텐츠를 서비스하는지 여부도 확인해볼 만한 포인트입니다.

네 번째 질문. 디즈니가 영화사와 방송사들에게 왕따를 당할까요?

답은 '아니요'입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입니다. 물론, 지역 내 다른 경쟁자들이 있고 돈을 더 많이 준다면 그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만 일부 유럽이나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와 같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자체 수급 능력이 뛰어나지 않거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TV 콘텐츠 용으로 계약을 하고, 넷플릭스에도 공급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아마존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를 꿈꾸는 업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넷플릭스-디즈니 연합에 글로벌 시장을 모두 먹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소규모 국가들이 연합해서 콘텐츠를 수급하는 전략도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넷플릭스 인수에 관심 있는 다른 회사들은?

최근 포브스 등 외신은 디즈니말고 다른 회사도 넷플릭스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애플과 아마존입니다.

눈길을 끄는 곳은 단연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의 마켓 캡이 이제 애플의 2/3 수준이라는군요.
애플도 넷플릭스 인수를 통해 실리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디즈니가 인수하는 것이 시장에 가장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회사가 넷플릭스를 인수하면 어떤 이점을 얻을지 예측하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존
아마존의 서비스 지역 확대에 가장 큰 무기가 바로 넷플릭스 인수입니다. 현재 5개국(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에 불과한 서비스 지역을 바로 190개국으로 확대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강점도 더 강화될 것입니다. 아마존과 넷플릭스 결합은 미디어/커머스 괴물을 탄생시킬 것이고, 서밋 혹은 라이온스 게이트 인수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아마존 스튜디오는 배급의 역할이지 완전한 제작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 내에서 아마존을 견제할 세력은 없어질 것입니다. 때문에 다른 미디어 회사들이 힘을 합쳐 아마존-넷플릭스 연합에 대항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애플
애플은 넷플릭스 인수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한 번에 보강할 수 있게 됩니다. TVOD 비즈니스에서 SVOD 비즈니스까지 모든 VOD 비즈니스를 한 번에 갖게 되는 것입니다.

또, 대형 투자를 통해 가입자 구걸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둘의 결합은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합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4K에 투자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애플의 전체 전략이 흐트러집니다. 애플 TV는 4K를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올 하반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애플 TV 대항마는 4K를 지원합니다.

애플이 TV 제조사와 협력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모습입니다. 때문에 애플은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워너브라더스도 인수하기 위해 계속 움직임일 것 같습니다.

디즈니

디즈니는 넷플릭스 인수를 통해 영화 매출보다 3배 이상 많은 TV 매출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습니다.

만약 아마존과 애플에게 넷플릭스 인수 기회를 뺏긴다면 영화사들은 다시 골치가 아파질 것입니다. 때문에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아닌가 싶습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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