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조절해 사춘기 늦추고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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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둔 엄마 의사가 말하는 ‘사춘기 딸 위해 챙겨야 할 것’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난 김태희 교수(왼쪽)와 이은실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지만 사춘기를 맞는 딸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며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키고 여성에게 필요한 건강 관리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난 김태희 교수(왼쪽)와 이은실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지만 사춘기를 맞는 딸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여느 엄마와 다르지 않다”며 “아이의 성장 과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시키고 여성에게 필요한 건강 관리법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딸이 또래에 비해 작은 편이라 성장에 관심이 많아요.”(김태희)

“두 딸에게 벌써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있는데 또래보다 빨라 걱정이에요.”(이은실)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찻집에서 만난 김태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교수(44)와 이은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42)는 딸이 있는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김 교수는 14세 아들과 11세 딸을, 이 교수는 10, 9, 6세의 세 딸을 뒀다. 두 교수는 “의사로서 진단을 내리는 것과 엄마로서 딸을 바라보는 건 다르다”며 “딸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의 신체적, 정서적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교수가 사춘기 딸을 위한 양육과 건강관리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감각자극 노출 줄여줘야

▽김 교수(김)=사춘기가 빨라졌어요. 초등학교 4학년만 돼도 성 조숙증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죠. 초경도 초등학교 5학년이면 대부분 시작합니다.

▽이 교수(이)=빠른 아이들은 4학년 때 초경을 해요. 저만 해도 첫째와 둘째가 지금 4학년, 3학년인데 둘 다 벌써 가슴이 봉긋해졌어요. 여자 아이들의 경우 가슴이 봉긋해지고 체모가 나기 시작하면 훌쩍 키가 큰 다음에 초경을 하게 되지요. 보통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면 초경까지 2년에서 2년 6개월 정도 걸립니다. 특히 둘째가 패스트푸드와 콩국수를 좋아해서 그런지 또래보다 빨라 걱정이에요. 기름지고 영양이 과잉된 식습관이 2차 성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되거든요. 그래서 콩, 홍삼 등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을 덜 먹이려고 해요.

▽김=식습관뿐 아니라 감각 자극도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성과 관련된 자극을 받다 보면 사춘기가 빨라지는 것이죠. 실제로 각종 문화 콘텐츠로부터 자극을 받는 도시 아이들이 시골 아이들보다 더 일찍 사춘기가 시작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우선 식습관 조절이나 TV 노출을 적절히 조절해 사춘기를 늦추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특히 딸의 경우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죠. 사실 4, 5학년 아이들이 생리를 하면 생리대 사용이나 뒤처리에 미숙할 수 있어요. 그럴 때 엄마가 생리대 사용법 등을 알려주면서 ‘생리는 귀찮은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성장하는 시작’임을 잘 이야기해줘야 해요. 늘 아기 같았던 딸이 생리를 시작하면 엄마, 아빠도 당황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 당황이 아이에게 전달되면 안 됩니다.

“자궁경부암 백신 아들도 맞혀”


▽김=딸이 초경을 시작하면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해도 함께 산부인과에 내원해 진료와 상담을 받는 게 좋아요. 미국의 경우 일정 연령이 되면 모녀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해 여성 건강을 체크하는 프로그램이 잘 구축돼 있어요.

▽이=국내에선 여전히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에 가는 걸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죠. 하지만 산부인과가 아이를 낳는 곳이 아니라 여성 건강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 및 진료를 담당하는 곳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피임 교육을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피임은 어릴 때부터 뇌리에 박히게 해줘야 합니다. 콘돔이나 피임약 사용법, 또 응급 피임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야 하죠.

▽김=정부가 올해 도입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을 환영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있는데, 어느 백신으로 접종하더라도 자궁경부암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16, 18형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다실은 6, 11형을 더 포함하고 있어 생식기사마귀 예방효과가 있고 남성도 접종 가능합니다.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아들도 11세에 맞혔어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항문 및 생식기 감염, 음경암이나 두경부암의 원인이기도 하거든요. 딸은 아직 무료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 접종 시기가 되면 당연히 맞힐 예정입니다.

▽이=저도 접종했고 세 딸 모두 시기에 맞춰 접종할 계획입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자궁경부암#백신#사춘기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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