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게임 히스토리] 게임.. 신화로 거듭나다 '워크래프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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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31일 0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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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는 수많은 게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속 이야기들이 한 곳에 모여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갖춘 사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것이 사실.

게임즈워크숍에서 출시 중인 미니어처 게임 워해머 시리즈가 좋은 예로, 80년대부터 시작되어 4만 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광신과 전쟁, 마법과 과학을 아우르는 워해머 시리즈는 현재 대다수의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우주 공상과학소설) 배경의 게임 및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워크래프트 이미지
워크래프트 이미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워해머가 독자적인 신화를 창조했다면, 가상의 세계 즉 판타지에서 이에 못지 않은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게임이 있다. 바로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가 그 주인공. 워크래프트는 1994년 발매된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을 시작으로 3편의 패키지 게임과 MMORPG라는 더욱 방대한 세계로 진출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부터, '하스스톤'에 이르기까지 매 시리즈마다 전세계 게이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하나의 거대한 프렌차이즈 시리즈로 거듭났다.

더욱이 게임의 배경인 '아제로스'를 중심으로 2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쌓인 수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들과 매번 반전을 거듭하는 시나리오로 게이머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았으며, 유명 작가들의 손 끝에서 탄생한 만화(코믹스)와 소설을 통해 더해진 치밀한 스토리라인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판타지 세계를 구축했다.

워크래프트 이미지
워크래프트 이미지


물론, 타락과 배신이라는 요소를 반복한 결과 “또 타락이야?”라는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매력적인 영웅들과 그들이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는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 더욱이 이러한 이야기의 매력을 인정받아 게임으로써는 드물게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하기도 했으니, 워크래프트 시리즈가 가진 영향력은 게임 역사상 그 어떤 작품보다 막강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워크래프트1 메인 이미지
워크래프트1 메인 이미지


워크래프트가 세상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94년 출시된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부터 시작된다. 당시 로스트바이킹, 블랙쏜 등의 게임을 통해 실력 있는 중소 게임사의 위치에 올라선 블리자드는 직접 퍼블리싱을 목표로 게임을 개발하려고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워크래프트였다.(원래는 근대를 다루려 했다가 개발진의 반대로 판타지로 개발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다만 첫 번째 게임인만큼 구설수도 많았다. 우선 게임 플레이의 경우 웨스트우드의 명작 ‘듄2’와 거의 흡사해 ‘판타지 듄’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캐릭터의 모델링 이중에서도 메인 종족인 오크는 워해머에서 등장한 오크의 특징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워크래프트1 플레이 스크린샷
워크래프트1 플레이 스크린샷


하지만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은 듄, 레드얼럿 등 당시 큰 붐이 일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RTS) 장르에 전성기를 이끌며 많은 판매고를 올렸고, 이러한 성과는 블리자드가 중소 게임사를 넘어 개발, 퍼블리싱 등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블리자드는 이때부터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했는데, 당시 캠페인과 자유게임으로 만 이뤄져 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에 큰 변화를 주기도 했으며, 멀티플레이가 핵심 콘텐츠로 성장할 것을 많은 이들이게 일깨워 주기도 했다.

워크래프트2 메인 타이틀
워크래프트2 메인 타이틀


1편으로 큰 자신감을 얻은 블리자드는 1년뒤인 1995년 속편 ‘워크래프트2: 어둠의 파도’를 발매한다. 워크래프트2는 당시 라이벌 게임으로 꼽히던 타이베리안선, 레드얼럿을 뛰어넘는 그래픽과 자원 채취, 유닛 구성, 전략 플레이 등 이전보다 진화한 게임 플레이를 선보여 전세계 게임 시장을 뒤흔드는 게임으로 자리매김 했다.

워크래프트만의 독창적인 세계도 바로 이 워크래프트2부터 시작됐는데, 사실 전작인 1편은 ‘호전적이고 잔인한 오크가 인간세계로 쳐들어와 전쟁을 벌인다’는 단순한 스토리가 끝이었고, 등장하는 영웅들도 그냥 능력치만 조금 높은 일반 캐릭터 정도였다.

워크래프트2 플레이 이미지
워크래프트2 플레이 이미지


하지만 2편 이르러 호드가 얼라이언스 연합을 침공한 이유가 밝혀 짐과 동시에 단순 무식, 파괴만을 일삼는 이미지가 강했던 오크를 하나의 이상으로 뭉친 종족으로 등장시켜 이후 등장하는 게임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아울러 얼라이언스 연합의 란두인 로서, 우서, 카드가, 알레리아 윈드러너를 비롯해 호드 연합의 바로크 사울팽, 줄진, 굴단, 그롬 헬스크림, 데스윙(!)에 이르기까지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 오리지널+확장팩에 대거 등장해 거대한 세계관의 초석을 닦은 게임도 바로 워크래프트2였다.(확장팩 ‘어둠의 저편’에서 공중 영웅으로 등장한 ‘데스윙’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가 14년만인 2010년 WOW의 대격변을 통해 다시 화려하게 등장… 했으나 다시 확실히 사망한다)

여기에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디자이너, 론 밀러와 작가 크리스 멧젠 그리고 지금도 명곡으로 평가 받는 게임의 BGM을 맡은 글렌 스태퍼드의 음악은 그 어떤 게임보다 화려한 구성을 선보였으며, 시리즈 최초로 확장팩을 출시하여 지금의 블리자드 게임의 판매 전략을 확립시키기도 했다.

워크래프트2는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워크래프트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 시킨 게임이었다. 당시로써는 굉장히 드물었던 음성 한글화를 비롯해 자막 전체가 한글로 등장해 당시 PC를 가진 게이머라면 누구나 플레이하는 필수 게임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 힘입어 워크래프트2는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 이른바 GOTY(이하 고티)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고, 1,2편 합쳐 500만장 이상이 판매되는 히트 시리즈로 거듭났다.

워크래프트3 메인 타이틀
워크래프트3 메인 타이틀


그러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6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2002년 등장한 워크래프트3는 게임 역사에서 다시 없을 ‘흥행을 기록한 작품’과 ‘가장 완벽한 게임’이라는 호칭을 동시에 받으며, 전세계 게이머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워크래프트3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이후 게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웅 시스템이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영웅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로 큰 호평을 이끌어냈던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와 확장팩인 ‘프로즌 쓰론’에 이르러 매력적인 영웅들을 중심으로 한 RPG 스타일의 게임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전까지 전략 시뮬레이션에서 영웅은 ‘사망하면 게임 오버되는 존재’ 혹은 조금 능력치가 뛰어난 유닛 정도였다면, 워크래프트3에서 영웅은 막강한 스킬과 능력치를 가짐과 동시에 육성을 통해 다양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한 단계 진화한 시스템으로 등장했다.

워크래프트3 플레이 스크린샷
워크래프트3 플레이 스크린샷


이를 통해 게이머는 자원을 채취하고, 유닛을 생산함과 동시에 영웅을 성장시켜 아이템을 획득하고, 레벨을 높여 보다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복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영웅 시스템은 당시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불길처럼 번지고 있던 e스포츠 열풍에 워크래프트3가 가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수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등장하는 국제 e스포츠 리그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워크래프트3의 e스포츠리그는 특히 중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어 중국 현지에서는 아직도 14년전 게임인 워크래프트3의 대회가 열릴 정도이며, 한국 프로게이머 장재호(안드로 장) 선수는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채택될 만큼 엄청난 유명세를 누리기도 했다.(아직도 중국에서는 워크래프트3를 판매하는 매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도타 올스타즈
도타 올스타즈


특히, 이러한 RPG와 RTS의 조합은 전세계 수 많은 게이머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블리자드 특유의 맵 제작 시스템(유즈 맵 세팅)이 결합하여 다양한 룰을 가진 게임으로 재 탄생했으며, 이를 통해 현재 LOL, 도타2 등의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MOBA(디펜스 오브 디 에인센트)가 등장하는 등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등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이들 영웅을 활용한 게임 모드인 ‘파이트 오브 캐릭터즈’(이하 파오캐)와 ‘카오스’가 등장해 전국의 PC방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이 두 게임 모드는 개발자들을 통해 개선되고 개량되며, 여느 게임 못지않은 콘텐츠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중 카오스의 개발자들은 직접 세시소프트를 통해 ‘카오스 온라인’을 정식 런칭하기도 했다.

이처럼 뛰어난 콘텐츠를 지닌 워크래프트3 지만, 이 작품이 이토록 오랜 시간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바로 세 종족의 물고 물리는 치밀한 스토리였다. 특히, 워크래프트3에서 선보인 영웅들과 스토리는 이후 MMORPG로 등장하는 WOW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제로스 대륙을 침공한 불타는 군단의 습격으로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함께 힘을 뭉치는 과정 속에 인간에게 길러진 오크인 호드의 새로운 영웅 ‘쓰랄’과 게임 역사상 다시는 없을 희대의 캐릭터 ‘아서스’, 힘을 탐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비운의 캐릭터 '일리단' 등 WOW의 스토리라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들이 이때 대거 등장했다.

아제로스 대륙 곳곳을 무대로 진행되는 호드, 얼라이언스, 언데드 세 종족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호평 일색이었고, 뛰어난 배틀넷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모드까지 겸비한 워크래프트3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이런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워크래프트3까지 연이어 패키지 시장을 점령한 블리자드는 이를 통해 전세계에 블리자드 게임에 열광하는 이른바 ‘블빠’들을 양산해 내며, 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자리매김 하기 시작한다.

연이은 패키지게임의 성공.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이 창조해낸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배경으로 하는 MMORPG 개발에 착수하니 이 게임이 바로 2004년 등장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다.

[‘게임.. 신화로 거듭나다 워크래프트 게임의 역사'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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