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헬리코박터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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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전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전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최근 자녀와 병원을 찾은 부모들 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하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문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 위염뿐만 아니라 빈혈은 물론이고 청소년기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혹시나 하는 부모들이 늘어났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서 스스로 독소를 배출해 위세포를 훼손한다. 이 때문에 위염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히며 위암 1급 발암인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인의 절반 정도가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한 균으로 한국은 성인의 약 70%가, 10세 이하에서도 약 20%가 보균자로 추정된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은 소아의 만성 복통 원인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만성 복통을 호소하는 6세 이하 어린이의 11%, 13세 이상 어린이의 43%가 헬리코박터균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균이 녹내장 발병률을 2배 가까이 높이고 아동의 성장을 저해하거나 청소년기 빈혈을 유도하는 등 소화 기능과 관련 없는 병에도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사람 간에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강 감염이 주된 경로이며 가족 내 감염, 특히 어머니로부터의 감염이 높게 나타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엄마-자녀 간 헬리코박터균 일치율은 56%라고 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식생활 습관과 연관이 깊은 만큼 예방을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는 음식을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현명하다. 국물 요리를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는 것은 금물이다. 반갑다고 술자리에서 술잔을 돌리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자신이 먹던 음식을 그대로 주거나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서 주는 일도 삼가야 한다.

현재 한국은 소화불량증이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 혈액 채취나 내시경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살핀 다음 의사와 상의해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할지 결정하도록 권하고 있다. 영유아는 대변으로도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할 수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빈혈이 있는 아이, 혹은 성장이 더딘 자녀가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대개 항생제를 포함한 치료제를 1, 2주간 먹으면 80% 정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전 대한소화기학회 회장
#헬리코박터균#만성 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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