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심었다 지웠다… 영화가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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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야마대 연구팀 쥐실험 성공… 나쁜 기억 고리끊는 치료에 청신호

다른 사람의 꿈에 침투해 생각을 훔치거나 심는 얘기를 그린 영화 ‘인셉션’처럼 기억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이 최근 일본 연구진에 의해 입증됐다. 이노구치 가오루(井ノ口馨) 일본 도야마대 생화학과 교수팀은 쥐의 뇌를 자극해 두려운 기억을 심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셀 리포트’ 2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둥근 방에, 또 다른 그룹은 네모난 방에 6분간 가뒀다. 이후 연구진은 쥐에게 무서운 기억을 생성시키기 위해 두 그룹을 모두 네모난 방에 모으고 다리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이렇게 하자 처음부터 네모난 방에 머물던 쥐는 네모난 방 자체를 두려워했다. 둥근 방은 안전한 곳, 네모난 방은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안전한 둥근 방을 돌아다닐 때 쥐의 뇌에서는 해마 부위가 활발히 움직였다. 다리에 전기충격을 가했을 때는 편도체 부위가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이 쥐의 뇌에서 이들 두 곳을 동시에 자극하자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둥근 방을 돌아다닐 때도 쥐가 공포심을 나타냈다. 둥근 방이 안전하다는 기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네모난 방의 두려운 기억이 삽입된 것이다.

이노구치 교수는 “뇌를 조작해 서로 독립적인 2개의 기억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면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에게서 나쁜 기억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치료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쥐의 기억을 조작한 기간이 4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기억 조작 효과가 오랫동안 유지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정용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치료한다면 충분히 PTSD 환자에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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