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쉬쉬 하다간 대물림…부모-형제가 우울증 있으면 발병율 2.8배

유근형기자 입력 2015-01-08 22:37수정 2015-01-08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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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특별한 이유없이 나타나는 불안)도 자식에게 유전이 되나요?”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두 달 동안 상담치료를 받은 박성애 씨(37·가명)는 주치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질환이 자녀에게 대물림 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박 씨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 “후천적 노력으로 예방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우울증, 정신분열(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으면 자식도 비슷한 질환을 겪는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전국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을 평생 1번 이상 겪는 사람은 6.7%에 이른다. 하지만 부모 또는 형제가 우울증이 있는 사람의 발병율은 약 2.8배 높았다.

100명 중 1명 정도가 겪는 조현병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율은 12%, 양 부모가 모두 조현병일 경우 자식의 유병 가능성은 40%에 이른다. 기분 변화가 심한 조울증도 마찬가지다. 한 부모가 조울증을 겪으면 자녀의 조울증 발생 가능성은 10~25%. 양 부모가 조울증이 있을 경우는 자녀의 발병 위험은 30~50%까지 상승한다. 부모가 알콜중독인 사람의 유병율이 정상 부모를 가진 사람보다 3~4배 높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중론이다. 부모 세대의 정신질환 병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비하면 막을 수 있는 질환이 적지 않다는 것.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상대적으로 유전적 영향을 더 받는 질환이다. 하지만 조울증,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충분히 후천적으로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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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의 경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신체적 가족력 질환에 비해 건강 가계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부모의 정신과적 병력을 숨기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증상이 나타나도 “나는 아닐거야”라고 묵혔다가 심각해진 후에야 병원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황재욱 순천향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료를 받지 않는 기간(DUP)을 줄여야 향후 치료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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