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상용화 성큼

충전용량 3배로 늘고, 충전시간 1000배 빠른… 배터리 기술 국내 개발

충전 용량이 기존 배터리보다 3배로 늘었지만 충전 시간은 약 1000분의 1로 줄인 배터리 전극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1∼2시간 걸리던 충전 시간을 수초 단위로 대폭 줄일 수 있어 전기자동차 상용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효영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사진)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공동으로 ‘수직구조 그래핀 플레이크를 이용한 고성능 저장장치’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그래핀’이라는 신물질에 주목했다. 그래핀은 탄소를 원자 하나 두께로 얇게 떠 낸 물질이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산화시켜 만든 ‘그래핀 플레이크’를 얇은 필름에 고르게 붙인 후 이 필름을 두루마리 형태로 말아 섭씨 1000도의 고온에서 구워 새로운 배터리용 전극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전극으로 배터리를 만들어 시험한 결과 기존 배터리보다 전기 저장량이 200% 증가했다. 전기자동차에 이 배터리를 쓰면 최대 주행거리가 3배까지 늘어난다는 의미다.

배터리 내부 공간이 균일해져 전기 효율도 향상됐다. 배터리의 충전 속도를 높이려면 전극 내부의 빈 공간(공극)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전기 저장용량을 높이면 배터리 내부 공극이 좁아져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충전 및 방전 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다.

연구팀은 그래핀 플레이크가 붙은 두루마리 모양의 필름을 잘라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시험 결과 기존 고효율 배터리와 비교해 충·방전 속도가 약 1000배로 빨라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ACS Nano’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