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수술땐 에이즈감염 60% 감소”… 아동학대 논란속 질병예방 효과
장단점 설명후 아이 선택 존중해야
‘우멍거지는 자손 복이 적다’는 옛말이 있다. 우멍거지는 남성의 음경이 포피로 완전히 덮여 있는 ‘포경’을 일컫는 순우리말. 사내구실을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지만 발기 때도 귀두가 노출이 안 돼 성행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인식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우멍거지는 프랑스 부르봉 절대 왕정을 마감한 루이 16세다. 그는 포피가 귀두에 완전히 유착된 ‘진성포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발기 때마다 심각한 통증을 느껴 결혼생활 7년이 넘도록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잠자리를 갖지 못했다. 이런 루이 왕의 심각한 고민을 간단하게 해결한 수술이 바로 고래잡이라고도 불리는 ‘포경수술(circumcision)’이었다. 결국 수술을 받은 지 1년 만에 왕은 공주를 볼 수 있었다. ○ 최근 포경수술 남성 4명 중 1명에 불과
유대인, 이슬람교도가 관습적으로 행하던 포경수술은 19세기 중반에서야 영미권을 중심으로 널리 실시됐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1504년에 완성한 ‘다비드상’의 음경은 포피가 완전히 덮인 포경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동아일보DB우리나라에서 포경수술이 처음 시작된 건 1945년 광복 이후 미군이 한반도에 진주하면서부터다. 그 후 포경수술을 받은 남성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4명 중 3명은 포경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포경수술 열풍은 크게 사그라졌다. 2012년에 발표된 ‘한국 남성 포경수술의 감소’ 논문에 따르면 2011년도에 “최근 10년 내 포경수술을 받았다”고 응답한 남성의 비율은 25.5%에 불과했다. 여기엔 일부 의사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퍼진 포경수술 반대론의 영향이 컸다.
이들은 “수술의 목적은 우리 몸의 병든 조직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멀쩡한 조직을 제거하는 포경수술은 필요 없는 수술”이라고 강조한다. 포경수술이 에이즈, 음경종양, 여성의 자궁경부암 등 각종 성병의 발병 확률을 낮춘다는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 이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득이 될 것이 없는 수술을 어린아이들과 신생아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동 학대라는 것이다.
방명걸 중앙대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는 “포경수술이 필요한 남성은 성인이 되어서도 귀두가 제대로 노출되지 않는 약 1%의 진성포경 남성에 족하다”며 “포경수술이 오히려 성기의 크기를 줄이거나 성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해외 연구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 “질병예방 효과 인정”
대다수 비뇨기과 의사는 “포경수술은 실보다 득이 많은 수술”이라고 맞선다. 포경수술이 자궁경부암 및 에이즈 예방 효과로 요즘 세계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성인 남성의 포경수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포경수술은 에이즈 감염 위험률을 약 60%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계적인 임상의학 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NEJM)’ 2009년 3월호엔 포경수술이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약 35%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음경의 포피를 제거하면 몸에 해로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준다는 이유다.
2000년대 이후 “포경수술은 개인의 선택 문제”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던 미국소아과학회(AAP)도 2012년 자신들의 공식 저널을 통해 포경수술의 부작용이나 위험성보다는 질병예방 차원에서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 “아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찬성론자들은 또 ‘포경수술이 인권침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 신생아를 대상으로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며 수술 기술과 재료의 발전으로 환자가 수술 시 느끼는 고통도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문두건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포경수술은 국소마취로 30분 만에 이뤄지고 출혈도 거의 없는 간단한 수술”이라면서 “개인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청소년기에 주로 수술이 이뤄지므로 인권침해 논란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경수술 논란에 의사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최근 심화된 비뇨기과 경영난이 한몫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비뇨기과 개원의 A 씨는 “포경수술 한 건당 20만∼30만 원을 받는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요즘 포경수술 건수가 줄면서 병원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결론적으로 포경수술은 개인 선택의 문제다. 먼저 수술 후 통증과 수술비, 그리고 영원히 제거될 포피라는 ‘비용’과 각종 질병의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효과’를 찬찬히 비교해봐야 한다. 그리고 부모로서는 아이들에게 수술의 득실을 제대로 설명하고 그들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책임지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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