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좋은 ‘참살구’, 필립스 사운드링 SB3700

  • Array
  • 입력 2013년 8월 8일 10시 28분


코멘트
좋은 음향기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당연히 ‘음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음향기기를 살 때 실제로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매장마다 모든 모델의 청음 코너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브랜드나 디자인만 보고 제품을 골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음향기기들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과 짝을 맞춰 쓰는 모바일 스피커 중에는 예쁘고 귀여운 제품이 정말로 많다. 다만, 디자인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음질 면에서는 수준 이하인 제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필립스에서 ‘SB3700’ 이라는 모바일 스피커를 내놓았다. ‘사운드링’ 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제품은 말 그대로 동그란 도넛모양이다. 디자인의 독특함 면에서는 그 어떤 스피커에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 과연 소리도 들을 만 할까?

타이어가 아닙니다 스피커 입니다

필립스 SB3700의 외형은 스피커라기보단 작은 타이어를 보는 것 같다.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데다 색깔도 검정색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 한쪽은 평평한데다 충전 거치대를 겸하는 스탠드를 함께 제공하므로 진짜 타이어처럼 데굴데굴 굴러가진 않는다.


지름은 20cm 남짓이고 무게는 약 1kg 정도라 가볍게 들고 다니는데 문제가 없으며, 충전 가능한 배터리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에 두고 즐길 수 있다. 스피커답지 않은 디자인 덕분에 얼핏 보기엔 인테리어용 장식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외부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단출한 인터페이스

제품 위쪽을 살펴봐야 음량 조절 버튼과 통화 버튼, 그리고 전원버튼이 있어서 비로소 이 제품이 스피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버튼의 디자인이 튀지 않아서 전반적인 제품의 윤곽과 잘 어우러진다. 참고로 통화 버튼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연결을 한 상태에서만 쓸 수 있으며, 내장 마이크의 감도가 좋기 때문에 제품에서 두세 발짝 떨어진 곳에서도 통화가 가능하다. 물론 이렇게 하면 통화 내용을 주변 사람들도 다 듣게 된다. 비밀스런 통화를 하고자 한다면 블루투스 연결을 끊고 스마트폰으로 직접 통화하자.


외부 연결 관련 인터페이스는 제품 후면 하단에 모여있는데 이것이 참으로 단출하다. 블루투스 연결용 버튼과 음성 입력 케이블을 연결하는 3.5mm 포트, 그리고 USB 포트가 전부다. 참고로 이 USB 포트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충전하는 용도로만 쓰며, 데이터 전달 기능은 없다. MP3 파일이 담긴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를 꽂아 음악을 재생한 수는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외부 기기 충전은 SB3700 본체를 충전 스탠드에 올려 놓은 상태에서만 가능하므로 SB3700 자체를 외장형 배터리처럼 쓸 수는 없다.


블루투스 연결 지원, NFC는 미지원

제품의 외형은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써볼 차례다. SB3700는 자체적으로 음악을 재생하는 기능이 없으므로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 같은 외부 재생기를 연결해야 한다. 후면의 3.5mm 오디오 포트에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블루투스를 통한 무선 연결이 가능하다.


블루투스 연결을 하려면 우선 SB3700 후면의 블루투스 버튼을 눌러 페어링(연결) 모드를 활성화 시킨 후 재생 기기(스마트폰 등)의 블루투스 메뉴에서 SB3700를 검색, 선택하면 된다. 이렇게 한 번 페어링을 해두면 다음부터는 두 기기가 일정 거리 이래에 접근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연결, 재생 기기의 음성이 SB3700로 출력된다. 약 10m 정도의 거리까지 서로 무선 연결이 된다.

이 과정이 그다지 복잡하지는 않다. 다만 요즘 나오는 블루투스 스피커 중에는 기기와 살짝 접촉만 하면 자동으로 페어링이 되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 기능을 갖춘 것이 많다. SB3700도 NFC 기능을 지원했더라면 한층 나은 편의성을 제공했을 텐데 약간은 아쉽다.

다른 음과 조화 이루는 단단한 저음 인상적

팬택의 베가R3 스마트폰과 SB3700을 블루투스로 페어링한 후 음악을 들어보며 음질을 가늠해봤다. 국내 가요는 물론, 팝송,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어봤다. SB3700가 들려주는 소리는 상당히 탄탄한 편이며 특히 저음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음이 단순히 강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음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꾸준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수준 이하의 몇몇 스피커 중에는 저음을 강화한다면서 ‘둥둥’ 소리만 크게 들리도록 설계하는 경우도 있는데, SB3700의 저음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정면에서만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일반 스피커와 달리, 측면이나 후면에서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필립스 SB3700의 최대 특징 중 하나다.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SB3700는 총 4개의 스피커 유닛을 내장하고 있는데, 그 중 2개는 정면, 나머지 2개는 측면을 향하고 있으며, 제품 중앙의 덕트 홀(구멍)은 저음을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방향과 배치에 따라 색다른 음색 느낄 수 있어

다만, 실제로 SB3700의 소리를 들어보면 모든 방향에서 들리는 느낌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특히 정면과 후면에서 느껴지는 음색과 공간감은 확실히 다르다. 좀 더 힘있는 저음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정면에서, 섬세하면서도 부담 없는 음색 쪽을 확실하게 느끼고 싶다면 측면이나 후면에서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말로 모든 방향에서 비슷한 느낌의 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아예 스피커를 바닥에 엎어놓고 하늘을 향하게 한 상태에서 들어보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혹시나 소리의 균형이 무너질까 걱정도 했는데 의외로 음색이 약간 날카로워지면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방향이나 배치를 바꿔가며 느낌을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제품을 즐기는 또 한가지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 ‘빛도 좋은 참살구’

필립스 SB3700의 소비자판매가격은 29만 9,000원으로, 그다지 싼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음질이 수준급인데다 디자인 역시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각도나 배치에 따라 각기 다른 음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물론, 자체적인 음악 재생 기능이 없다는 점이나 NFC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옥의 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중요한 소리가 부실한 모바일 스피커도 상당히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필립스 SB3700는 확실히 괜찮은 선택이다. 겉모양만 보고 ‘빛 좋은 개살구’일 것이라고 짐작하진 말자. 이 물건은 ‘빛도 좋은 참살구’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