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앤젤리나 졸리 ‘유전성 유방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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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年1000명 발생… 유방 정기적 검진땐 꼭 절제할 필요 없어

최근 미국 할리우드 섹시스타 앤젤리나 졸리(38·사진)가 유방 절제수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유전성 유방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졌다. 졸리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자신의 칼럼에서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유방암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졸리가 예방적 차원에서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암에 걸린 것도 아니고 더구나 유방은 여성성의 상징인데 말이다. 졸리를 암의 공포에 몰아넣은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에서는 연간 1만6000여 명의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는다. 이 중 유전성 유방암 환자는 매년 1000여 명이 발생해 전체 유방암 환자 가운데 약 7%를 차지한다. 유전성 유방암은 우리 몸의 BRCA1과 BRCA2라고 불리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다. 이 유전자는 원래 유방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오히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을 60∼80%까지 끌어올리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까지 유발한다.

문제는 이 돌연변이가 세대를 통해 유전된다는 점이다. 졸리는 어머니로부터 BRCA1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가족은 유전자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이 비슷하다. 그래서 유방암 발생 유전자를 이어받지 않았더라도 환경적 요인으로 암 발병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정승필 고려대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유전성 유방암 위험군에 속한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졸리가 이번에 받은 유방 절제술은 예방적 조치 중 하나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예방적 유방 절제술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도 “개개인이 놓인 상황이나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술을 일률적으로 권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유전성 유방암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암의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의사들은 18세부터는 매월 자가검진을 실시하고 25세에 이르면 적어도 6개월∼1년 간격으로 전문의로부터 유방촬영 등 영상학적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여성호르몬 억제제인 타목시펜을 복용하는 화학적 예방법을 쓸 수도 있다. 자신이 유전성 유방암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반드시 유방절제술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앤젤리나 졸리#유전성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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