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하면 노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린 아이도 당뇨에 걸릴 수 있다. 어린 아이의 경우 제1형 당뇨병이 많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한다. 인슐린이 부족하니 혈당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명 ‘소아당뇨’라고도 한다.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아 생긴다. 간혹 아이도 걸리지만 성인에게서 많이 발생해 ‘성인당뇨’라고 한다.
제1형과 제2형 당뇨병은 사실 이름만 당뇨병이라고 같이 부를 뿐이다. 완전히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고 치료법도 다르다.
○ 소아당뇨는 부모 잘못이 아니다
제1형 당뇨병은 국내에서 10만 명당 1.36명꼴로 발생한다. 아이가 당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대다수 부모는 충격을 받는다. ‘오진일 거야.’ ‘왜 이런 일이 우리 아이한테 일어난 걸까.’
화가 나고 분노도 인다. 슬퍼서 울기도 한다. 또 희망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필사적으로 검색하기도 한다. 많은 부모가 “나 때문에 아이가 병에 걸린 게 아닐까”라며 죄책감을 갖는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과자를 많이 줘서, 맞벌이 때문에 덜 신경을 써서 아이가 병에 걸린 게 아니다. 유전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 때문에 생기는 병도 아니다. 이 병은, 병균을 제거하는 면역세포가 이상을 일으켜 인슐린을 만드는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질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의사들의 조언에 따라 차분히 관리하는 게 최고의 해법이다”라고 말한다. 부모는 첫째, 당뇨병은 잘 관리하면 수명에 별 지장을 안 주며, 둘째, 당뇨병의 완치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을 잘 숙지해야 한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난 뒤에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당뇨병과 ‘친구’가 되라는 이야기다. 병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함께 대처하라는 조언이다.
○ 인슐린 주사는 꼭 맞아야 한다
제2형 당뇨병은 식사를 조절하고 충분히 운동만 해줘도 어느 정도 관리가 된다. 그러나 제1형 당뇨병은 이런 생활요법으로는 안 된다. 하루에 최소한 두 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부족한 인슐린을 외부에서 주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인슐린 주사는 일단 맞기 시작하면 끊지 못할 뿐 아니라 합병증까지 유발한다”는 말에 고민하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 완전히 틀린 말이다.
환자들이 어리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다만 피해야 할 음식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설탕 꿀 잼 초콜릿 청량음료 아이스크림은 삼가야 하는 음식이다. 소금 섭취도 줄여야 한다. 반면 잡곡밥처럼 섬유소가 많이 포함돼 있는 음식은 적극 권해야 한다.
아이가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당뇨니까 이렇게 해!”라고 하기보다는 “건강식단으로 바꾸니까 좋네!”라고 하는 게 좋다. 또 가족이 정해진 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운동은 필수다. 혈당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또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을 준다.
○ 주변에 병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교우관계다. 시간이 되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친구들이 낯설어 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나 교사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상처받거나 위축되는 경우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당뇨를 주변에 알리기를 권한다. 화장실에 숨어 당뇨를 측정하는 건 옳지 않다. 교실이건 보건실이건 상관없이 혈당검사를 하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당뇨를 동반자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 병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최근에는 제1형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나 시술법이 개발됐다. 인슐린 펌프가 그런 사례다. 정해진 양의 인슐린을 혈액 안으로 보내는 작은 기계다. 기기 안에 내장된 컴퓨터를 통해 적정량이 측정되고 튜브를 통해 인슐린이 주입된다.
췌장을 이식해 당뇨병을 치료하려는 시도도 있다. 2000년 이후 신장-췌장 이식 건수가 늘기는 했다. 그러나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문제 등이 있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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