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상단 전자부품 이상… 발사 16분前 카운트다운 정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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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호 3차발사 또 연기

29일 오후 3시 43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지휘센터. 오후 4시 발사를 앞두고 전광판에서 1초씩 줄어들며 발사 카운트다운이 임박했음을 알리던 디지털시계가 갑자기 멈췄다. 발사 16분 52초 전이었다. 나로호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자 발사지휘센터에 있던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이 발사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 왜 발사 중단됐나

문제는 한국 측이 제작한 나로호 상단에서 발견됐다. 상단에는 킥모터(고체연료 엔진)가 달려 있고 고체연료가 연소되면서 나오는 가스로 추진력을 얻는다. 이 가스는 킥모터 아래에 달린 노즐을 통해 뿜어져 나오면서 초속 10km 이상으로 나로호를 가속시키는 동시에 추진 방향도 조절한다. 유압으로 노즐을 상하좌우로 움직여 가스 분사 방향을 바꾸면서 로켓의 자세를 잡고 앞에 달린 나로과학위성이 안착할 목표 궤도까지 찾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노즐을 유압으로 움직이는 것이 추력방향제어기(TVC)다.

조 단장은 29일 “추력방향제어기를 조절하는 전기모터의 구동펌프가 고장 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사를 앞두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수백 mA(밀리암페어)에 이르는 과전류가 흐르는 것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구동펌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노즐이 제어가 안 된다. 결국 나로호 상단은 방향을 잃고 나로과학위성을 목표 궤도에 데려다 주지 못하게 된다. 발사 실패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쉽다” 29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모인 관람객들이 나로호 발사 중지 소식을 접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아쉽다” 29일 전남 고흥군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모인 관람객들이 나로호 발사 중지 소식을 접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흥=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언제 다시 쏠 수 있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를 다시 종합조립동으로 보내 문제의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조 단장은 “예비 부품이 2개가 준비돼 있지만 (구동펌프는 2단 로켓 안에 들어 있어) 이를 교체하려면 1단과 2단을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켓을 분리하고 수리해 다시 조립한 뒤 점검하는 데만 사흘 정도 걸린다. 또 로켓을 다시 발사대로 옮긴 뒤 리허설을 하는 데 최소 이틀이 필요하다.

발사대에 세워져 있는 나로호가 바로 조립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료와 액체산소를 29일 오후 6시경 빼냈지만 액체산소로 냉각돼 있는 나로호를 바로 움직이면 손상될 수 있어 24시간 동안 온도를 높여 주는 ‘가온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30일 오후에나 조립동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발사 예비일로 잡아놓은 내달 5일까지는 발사가 어렵다는 얘기다.

연내에 발사 일정을 새로 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통령 선거(12월 19일)가 얼마 남지 않아 정치적인 부담이 있고, 겨울철에는 바람이 강하고 기온도 낮을 뿐만 아니라 위성의 태양전지가 햇빛을 받는 시간이 줄어 발사에 불리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러시아 기술진은 다음 달 5일 귀국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연내 발사가)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로호는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거나 평균 풍속이 초속 15m 이상,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1m 이상이면 발사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를 가진다고 해도 내년 4월 안에는 발사해야 한다. 로켓 기술을 제공한 러시아 측과의 계약기간이 내년 4월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시기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고 러시아 측과 협의도 필요한 만큼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사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고흥=이현경·김규태 동아사이언스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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