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틈 메우는 실리콘을 사람 몸속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공업용으로 성형보형물 만들어 병원 100여곳 유통
피부 썩고 몸안서 굳는 부작용… 1명 구속 3명 입건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인천에 사는 주부 김모 씨(37)는 평소 작은 가슴 때문에 고민하다 올 4월 지인의 소개로 경기 안산의 T성형외과를 찾았다. 가격과 수술 부작용이 걱정이던 김 씨는 “국산의 합법적인 제품만 쓰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병원 측의 말을 믿고 양쪽 가슴에 실리콘 겔 인공 유방을 시술했다. 병원 측은 “정상가는 700만∼800만 원이지만 아는 사람 소개로 왔으니 400만 원에 해주겠다”고 선심을 썼다.

하지만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에 통증이 오고 말랑말랑해야 할 가슴은 딱딱하기만 했다. 갈수록 통증이 더해지자 김 씨는 해당 병원을 다시 찾아 두 차례 추가 수술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피와 고름까지 나왔다. 이미 피부가 썩는 괴사 현상까지 진행된 것. 김 씨는 결국 다른 병원에서 인공 유방 제거 수술을 받았다. 김 씨는 항의하고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T성형외과를 찾았지만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가 시술받은 제품은 합법적인 국산 의료용 실리콘 제품이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는 중국에서 밀수입된 제품으로 밝혀졌다.

국내 성형외과에서 사용되는 일부 실리콘 겔 인공 유방이나 보톡스, 필러가 중국에서 밀수입된 불법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비뇨기과에서 사용되는 실리콘 링이나 구슬 등 남성용 보형물 중 일부는 국내에서 불법 제조돼 욕창이나 피부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불법 제조품이나 밀수입품은 납품 단가가 국내 합법적인 제품의 10분의 1에 불과해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성형외과에서 이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3일 수만 개의 여성용 실리콘 겔 인공 유방 등을 중국에서 밀수입하고, 남성용 불법 보형물을 제조해 수도권 일대 병원 100여 곳에 판매한 신모 씨(43)를 구속하고 김모 씨(44)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 씨 등은 지난해 초부터 중국산 실리콘 겔 인공 유방과 보톡스, 필러 등을 중국에서 밀수입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받은 제품으로 위장해 성형외과 등에 납품했다. 또 2002년부터 최근까지 시흥에 공장을 두고 값싼 공업용 실리콘으로 남성용 보형물을 만들어 비뇨기과에 판매해 수억 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남성용 불법 보형물을 분석한 결과 일부 보형물에서 페인트나 창문 코팅제 원료로 사용되는 인체에 유해한 화합물이 검출됐다. 또한 중국산 여성용 성형물은 피부가 괴사하거나 보형물이 몸 안에서 굳는 구축(拘縮)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신 씨로부터 압수한 장부에서 국내 100여 곳의 병원에 납품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병원을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채널A 영상] 사람 뼛가루를 이마에…‘충격’ 보형물 성형


[채널A 영상] 가슴 확대수술에 사용된 실리콘, 알고보니…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실리콘#불법성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