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는 韓-英 잇는 끈” 피터 나이트 영국물리학회장

  • 동아일보

“英과학자가 OLED 개발 토대”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인 ‘갤럭시’가 한국과 영국을 잇는 ‘끈’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영국 과학계의 ‘거물’인 피터 나이트 영국물리학회장(사진)은 “한국과 영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삼성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 KAIST에서 열린 양자광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방한한 나이트 회장을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무슨 소리인가 하는 기자에게 나이트 회장은 “갤럭시는 애플의 아이폰과는 다른 방식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쓰고 있다”며 “임피리얼칼리지 도널 브래들리 교수 등 영국 물리학자 3명의 전자소자 연구가 처음 적용된 제품이 바로 갤럭시”라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2년 전 삼성전자 연구진이 임피리얼칼리지를 방문했을 때 아직 출시도 안 된 갤럭시 모델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며 웃었다.

양자광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 임피리얼칼리지 연구부총장과 영국 정부의 과학 자문에 응한 바 있는 그는 2005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는 등 영국 과학계의 ‘마당발’이다.

그가 지난해부터 회장 직을 맡고 있는 영국물리학회는 전 세계 5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60여 종의 학술 저널을 발간한다. 독일과 미국의 물리학회와 함께 세계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트 회장은 5일간 머물면서 ‘민간 과학대사’로서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오연천 서울대 총장과 만나 학부 4학년생을 대상으로 임피리얼칼리지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나이트 회장은 정부의 기초과학 투자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올해 런던 올림픽 기간에 영국 총리에게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에 예산을 지원하는 일은 돈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것”이라고 집요하게 설득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통해 기초과학 연구를 집중 지원하는 일은 매우 흥분되는 소식”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이트 회장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며 “국가의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초과학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임피리얼칼리지 물리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었다. 입학 당시 학생의 60% 이상은 빅뱅처럼 기초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물리학과에 지원했는데 이들이 졸업할 때쯤 진로를 물었더니 45%가 첨단기업에 취직하겠다고 대답했다는 것. 나이트 회장은 “학생들이 기초과학을 동경하고 공부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산업체의 응용연구도 발전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삼성 갤럭시#OLED#피터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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