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현실화 땐 세상 뒤바꿀 수학 신세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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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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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과학상 이모저모

올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콘서트홀에서 열릴 시상식에 스웨덴 국왕과 자리를 함께할 영광의 얼굴들이 공개됐다. 8∼10일 사흘 동안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올해 6명의 과학상 수상자 중 3명은 미국인으로, 미국 과학이 ‘죽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그 외에 영국, 프랑스, 일본 국적 과학자가 1명씩 선정됐다. 특히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이웃 일본은 2010년 이후 2년 만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함과 동시에 16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가진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 노벨 물리학상, 양자컴퓨터 가능성 제시


‘슈뢰딩거의 고양이’ 착안한 물리학상1935년 에어빈 슈뢰딩거가 제안한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고양이’ 개념은 미시세계에서 양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중첩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가져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미시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그 사건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특수한 실험 장치를 이용해 이온을 가두고 양자의 중첩 상태를 실제로 구현해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노벨위원회 제공
‘슈뢰딩거의 고양이’ 착안한 물리학상1935년 에어빈 슈뢰딩거가 제안한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고양이’ 개념은 미시세계에서 양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중첩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가져왔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미시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그 사건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특수한 실험 장치를 이용해 이온을 가두고 양자의 중첩 상태를 실제로 구현해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 물리학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험적으로 규명한 미국의 데이비드 와인랜드 미 표준기술연구소(NIST) 박사와 프랑스의 세르주 아로슈 콜레주드프랑스 교수에게 돌아갔다.

68세 동갑내기인 이들의 연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다고 알려진 세슘 원자 시계보다 100배 더 정확한 빛 시계와 미래형 컴퓨터로 알려진 양자컴퓨터 개발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는 전자에 0이나 1이라는 이진수로 정보를 저장한다. 수상자들은 전자에 0과 1뿐만 아니라 0과 1이 동시에 나타난 상태도 표시할 수 있다는 ‘양자 중첩 현상’을 실험적으로 밝혀 이를 이용한 컴퓨터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양자 중첩 현상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가지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의 슈퍼컴퓨터로 137억 년 동안 풀어도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암호 해독, 빅데이터 분석, 각종 이론물리학 문제 풀이, 다변수 최적화 문제 해결 등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노벨 화학상, 신약 개발 ‘비밀의 문’ 열어

‘G단백질 결합체’ 발견한 화학상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뇌에서 신경신호와 호르몬이 나와 우리 몸에 경고를 보낸다. 뇌에서 경고 신호가 보내지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우리의 오감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해 대응하게 된다. 동공은 확장돼 위기 상황에 집중하게 되고,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며, 기관지를 확장해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도록 만든다. 이같은 모든 반응이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이 밝혀낸 GPCR에서 비롯된다. 노벨위원회 제공
‘G단백질 결합체’ 발견한 화학상 사람은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뇌에서 신경신호와 호르몬이 나와 우리 몸에 경고를 보낸다. 뇌에서 경고 신호가 보내지면 부신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우리의 오감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해 대응하게 된다. 동공은 확장돼 위기 상황에 집중하게 되고,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며, 기관지를 확장해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도록 만든다. 이같은 모든 반응이 이번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이 밝혀낸 GPCR에서 비롯된다.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 화학상은 사제지간인 로버트 레프코위츠 미국 듀크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교수(69)와 브라이언 코빌카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57)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발견한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G-Protein Coupled Receptors)’는 세포 외부의 신호와 자극을 내부에 전달하는 단백질로 포유류에는 700∼800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도 마약을 투여하면 뇌 세포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GPCR의 일종인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 가면 동공이 커지고, 흥분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감정의 변화가 생기는 등 사람의 생식, 대사, 면역, 운동기능, 소화, 호흡, 혈액순환, 수면과 같은 대부분의 반응에 GPCR가 관여하고 있다.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항히스타민 약품이나 우울증 치료제 등 전 세계 판매수익 200위 내 약물의 25%와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의 40% 정도가 GPCR와 관련돼 있을 만큼, 제약업계에서는 이들의 발견이 “신약 개발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10일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화학계 인사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군다나 레프코위츠와 코빌카 교수 모두 화학 분야 박사 학위가 아닌 의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박승범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이들이 조만간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화학 분야가 아니라 생리의학 분야에서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례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생물학정보연구센터(BRIC·브릭)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벌인 ‘201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예측’에서 코빌카 교수는 10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1위로 꼽힌 이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교수였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
#양자컴퓨터#수학#노벨 과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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