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기 무서운 세상…성폭력 예방 3살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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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성 성교육 효과없어… 나이별로 반복해야

청소년들이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시기에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신뢰하는 사람일 때만 상호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시기에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신뢰하는 사람일 때만 상호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
“남편은 ‘딸 바보’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뉴스를 보면 딸을 가질 엄두가 안 나요. 아이 낳기가 무섭습니다.”(신혼 주부 A 씨·29)

“밝고 순수한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저 순진한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려면 아직 많은 날이 남았는데….”(3세 딸을 둔 주부 B 씨)

아동 성폭력 사건이 최근 잇달아 발생하면서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아동 성폭력은 실제 발생한 아동 성폭력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아이들이 성에 대해 올바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성을 배울 수 있도록 집에서부터 가르치자.

○ 낯선 어른 응대 방법은 반복해야

나이에 따라 알맞은 성교육을 실시하되 꾸준히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취학 아동에게는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다만 일회성 교육은 아이들에게 별 효과가 없다. 정기적으로 반복하면서 교육을 해야 확실하게 내용을 각인시킬 수 있다.

18개월∼3세 미만의 아이에겐 우선 신체 각 부위의 정확한 명칭부터 가르치자.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는 3∼5세의 아이에겐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아이의 몸을 만지려고 하면 “싫어요”라고 대답하라고 교육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다른 사람의 소중한 부위를 만지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만지게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

5∼8세는 본격적으로 놀이터 등에서 뛰어놀기 시작하는 시기다. 집 밖에서 안전하게 노는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밖에서 놀 때는 혼자 놀지 않게 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사소한 것이라도 받게 될 경우에는 사전에 부모의 허락을 받도록 해야 한다.

부모의 휴대전화번호도 외우게 해야 한다. 엄마, 아빠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믿을 수 있는 다른 어른의 연락처도 두 명 정도는 외우게 하는 게 좋다.

집에 돌아올 때는 낯선 사람과 단 둘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가르친다. 낯선 사람이 따라올 경우 계단을 혼자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자주 대화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아동이 나쁜 경험을 하게 될 경우엔 꼭 부모에게 이야기하라고 가르친다.

아동은 되도록이면 집에 혼자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혼자 두게 되면 현관문을 꼭 잠그고 가족 이외의 사람에겐 함부로 문을 열어주지 않도록 하자. 택배 물건은 경비실에 놓고 가라고 한다. 부모님을 찾는 전화가 올 경우엔 “부모님이 안 계시다”라고 하지 말고 “지금은 부모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 전할 말을 남겨 달라”고 하도록 시키자.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평소 상황극으로 연습하도록 하자. 아이들은 실제 연습한 것을 더 잘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올바른 성가치관 심어줘야

초등학교에 다니는 8∼12세 아이는 오락실, PC방 등 유흥시설에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시기다. 조심해야 하는 장소를 알려주고 주의를 주는 게 좋다. 특히 주차장이나 주차된 차가 많은 길, 낙서와 쓰레기가 방치된 공원, 가로등이 많지 않아 어두운 길은 피하도록 한다. 외출할 때에는 어디로 가는지 부모에게 꼭 알리고, 가능한 한 혼자서 외출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낯선 사람의 차가 가장 위험하다는 걸 명심하자. 모르는 사람의 차에는 타지 말고, 아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의 차에 타야 할 때는 부모의 허락을 먼저 받도록 해야 한다. 불법 주차 차량이 있는 경우에는 멀찍이 떨어져서 지나가고, 반드시 인도로 다니도록 한다. 어른이 부르면 팔 길이의 2배 이상 떨어져서 대답하고, 골목길 등 위험한 장소에서 부르면 무시하고 지나가도록 하자.

낯선 사람이 아이를 꾈 때 빈번하게 하는 거짓말을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도 있다.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너를 데려오래”라는 거짓말에 넘어가지 않도록 “엄마, 아빠가 사고를 당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널 데려오라고 하진 않을 거야”라고 얘기하자.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어른이 있다면 “다른 어른에게 물어 보세요”라고 대답하도록 교육하자.

잠은 늘 부모가 있는 집에서 자도록 해야 한다. 만약 명절에 친척집에서 자야 할 경우에는 남아와 여아를 섞어서 재우지 말아야 한다. 엄마가 아이와 한방에서 자는 게 좋다.

13∼18세의 중고교생에게는 데이트할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주자. 임신, 성병, 성폭력 등에 대해서도 가르쳐줘야 한다. 데이트 강간에 대해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적인 접촉을 가지려면 반드시 상대방의 허락을 얻어야 하며 서로의 연령대가 비슷해야 함을 가르치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성관계를 요구하더라도 싫으면 싫다고 똑 부러지게 말하라고 해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애플리케이션은 설치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 앱을 통해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청소년기에 첫 성경험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피임법도 알려줘야 한다. 성교육을 한다고 해서 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거나 성행위를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바른 정보를 접하면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과 달리 성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녀막에 대해 집착해선 안 된다. 처녀막은 자전거 타기 등 격렬한 운동으로도 손상될 수 있다. 게다가 처녀막을 강조하다간 처녀막이 한 번 손상된 아이가 ‘난 처녀막이 없어졌으니 막 살아도 되겠구나’라고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도움말=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채널A 영상] ‘영혼의 살인’ 아동 성범죄…재발 막을 방법은?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동영상=광주 여고생 성폭행 용의자 CCTV 공개
#아동 성폭력#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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