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척추질환 A to Z]<2>허리 디스크

  • 동아일보

굳고 찢어지고 밀리고… 탈난 디스크 관리해 허리통증 탈출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자 대들보다. 몸의 기본 형태를 유지할 뿐 아니라 머리를 받쳐주고 골반 뼈와 연결돼 몸통과 다리를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또 옆으로는 갈비 뼈(늑골)와 이어져 오장육부를 보호하는 신체 구조물이다.

그런데 인구의 80%가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허리 통증을 경험하고, 그중 30%는 입원 치료를 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09년 주요 수술 통계에서 척추수술은 주요 33가지 수술 중 진료비 청구 1위를 차지했다. 척추질환 환자들이 급속도로 늘었다는 얘기다.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 진동규(척추신경외과) 정현수(척추정형외과) 박중현 교수(재활의학과)의 도움말로 요통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봤다.

○ 인구 고령화로 요통 환자 증가

허리 통증의 큰 원인은 허리디스크다. 척추 뼈 사이에는 충격을 완화하고 척추 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주는 동그란 모양의 물렁뼈인 추간판이 있는데 그 생김새 때문에 디스크로 알려져 있다.

질긴 섬유질로 둘러싸인 이 허리 디스크가 제 위치에서 밀려나오거나 터지면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눌러 허리 통증을 일으킨다. 병이 더 진전되면 골반부터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저리는 방사통이 생긴다. 신경 압박이 심하면 보행과 대소변 장애까지 이어진다. 허리디스크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면 디스크 안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면서 디스크가 딱딱해진다. 이때 외부 충격은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질로 전달된다. 충격이 일정 한계를 넘어서면 섬유질이 찢어지면서 수핵이 흘러나와 척수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디스크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허리 질환은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다. 척추 뼈가 엉성해져 작은 충격에도 허리척추 뼈가 주저앉는다. 주로 폐경기 이후 여성 노년층에서 많이 생긴다.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에서 수술 받은 환자의 평균연령대는 10년 전에 비해 열 살 정도 올라갔다.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수술을 통한 허리디스크 치료를 희망하는 환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일상생활에서 나쁜 자세는 연령층과 관계없이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똑바로 서 있을 때의 허리 척추의 부담 수치를 100으로 볼 때 의자에 앉은 자세가 135이며, 의자에 앉은 채 숙인 자세는 185, 앉아서 물건을 든 자세는 275다.

○ 정확한 진단으로 수술 여부 결정

대부분의 허리디스크는 일반적인 휴식과 안정만 취해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통증이 심한 환자도 전문적인 약물 및 물리치료로 증상이 완화된다.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5∼10% 안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강남세브란스 척추병원을 찾은 주부 김모 씨(47)는 “오른쪽 다리에 생긴 통증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수술을 원했다. 의료진은 허리 디스크 탈출로 수핵이 척수신경을 누르고 있었으나 근력을 마비시킬 정도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일차적으로 약물과 집중적인 물리 치료를 시행하자 치료 4개월 후 통증이 가라앉았다. 결국 김 씨는 수술을 받지 않고 지내고 있다.

반면 수술을 빨리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우선 배변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영구적 신경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또 심한 통증과 함께 보행 장애를 겪을 정도의 다리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도 수술을 받아야 한다. 3개월 정도의 약물과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자세를 고쳤는데도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수술을 적극 고려하는 것이 좋다.


○ 첫 번째 수술이 가장 중요

수술은 환자의 상태와 정확한 진단에 따라 가장 적절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 간단한 수술법만 고집하다가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첫 수술에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환자들은 나중에 재수술을 받아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1차 수술 만족도가 높지 않아 2차, 3차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첫 수술에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2명 이상의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도 1차 수술 실패를 줄이는 방법 중의 하나다.

대부분의 환자는 흉터도 작고 빠른 회복이 가능한 비수술 치료법이나 간단한 수술법을 원한다. 현재 고주파나 약물 주사를 통한 신경성형술이나 디스크성형술 등 다양한 비수술 디스크치료법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은 초기 디스크환자 중에서도 통증완화 등의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치료법들이다. 또 최신 수술기법은 진료비 부담도 크거니와 적절성이 널리 입증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초기 허리디스크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내시경을 통해 튀어나온 디스크를 잘라내는 ‘내시경디스크 절제술’과 현미경을 보면서 디스크를 제거하는 ‘미세현미경 수술’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흉터도 2∼3cm에 불과하고 2, 3일 정도의 짧은 입원기간만 필요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

○ 수술 후엔 허리근육 강화

허리근육이 튼튼하면 척추로 충격이 전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수술 후 수술부위가 혹 덧날까 걱정되어 운동을 끊었다가는 허리근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통증이 수반되는 회복기간이라도 의사의 조언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초기 운동은 척추에 무리가 적은 가벼운 걷기로 시작해 점차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허리가 건강한 사람도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 근력을 강화하면 디스크를 예방할 수 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