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 최모 씨(50)는 해가 저물어오면 불안해진다. 잠과의 전쟁 때문이다. 힘들게 잠이 들어도 작은 소리가 들리거나 옆자리에 누워 있는 사람과 살만 닿아도 눈이 떠진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다음 날 직장에서도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해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어떻게 하든 잠을 청해보려 미지근한 물로 샤워도 하고, 저녁에 상추를 먹어보지만 다 허사였다. 이제는 두통과 어지럼증까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수면제에 의존하다 보니 약 복용량만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지스한의원 최찬흠 원장은 불면증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권유한다. 그는 불면증을 크게 스트레스성(신경성), 갱년기형, 심기허형, 비기허형, 노인성, 음허형으로 나눠 치료에 들어간다. 최원장이 제시하는 치료법을 들어봤다.
▽스트레스성=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면 흉격부에 울화가 쌓여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해 쉽게 화를 낸다. 허리와 다리에 기운이 없고 저린 증상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한의학적으로 흉격부에 쌓인 열을 풀어주면 치료가 잘된다. 증상은 심하지만 원인이 분명하기 때문에 치료에서는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갱년기형=갱년기에 접어들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나면서 불면증과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을 겪게 되는데, 이런 증상이 꼭 갱년기 여성에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초의 기운이 줄어들면서 체내에 떠돌아다니는 열을 제어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최근에는 평소 생각과 고민이 많은 20∼30대 여성이나 40∼60대 남성도 비슷한 증상을 겪기도 한다. 이런 경우 치자, 황백, 담두시 등의 약재로 허열을 제어하면 쉽게 잠들 수 있다.
▽심기허형=심장의 기운이 약해지고, 흉부가 허한(虛寒)해지면 불면증이 생긴다. 선천적으로 심기가 약한 사람이나 신경성 불면을 오래도록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불면증에는 오미자, 복령, 계지 등의 약재로 심기를 보충하고 사암침법으로 증상에 맞게 치료한다.
▽비기허형=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설사를 자주 하면 소화기와 관련된 불면증에 걸린다. 비장의 기운이 약해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며 이유 없이 불안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위장기능을 살리고 불안 증상을 해소하는 탕약과 침뜸으로 치료를 하면 불면증은 물론이고 위장질환까지 호전시킬 수 있다.
▽노인성=노화로 천계(天癸)가 고갈되고 신장(腎)의 저장 능력이 떨어지면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신체 리듬 조절 능력이 떨어져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에는 졸린 증상이 이어진다.
노인성 불면증에는 숙지황, 복령, 부자 등의 약재를 적절히 쓴다. 신장의 기능을 보충하고, 양기를 북돋우면서 체내의 진액 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기 위한 약재다.
▽음허형=음(陰)은 대체로 가라앉히고, 차갑게 하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이 떨어지면 잠들기가 어렵고, 깊이 잘 수 없으며 특히 꿈을 많이 꾸게 된다. 꿈을 많이 꾼다는 것은 수면을 취하는 동안 정신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피곤한 느낌이 지속된다. 이런 경우에는 용골, 모려, 지황 등의 약재를 이용해서 정신을 안정시키고 음기를 보충하여 치료하면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 원장은 불면증의 원인과 증상, 수면제 복용기간 등을 고려해 환자에 맞게 처방을 하고, 증상에 따라 침, 뜸 요법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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