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의약]신경세포 보호 新물질 발견 뇌졸중 치료 새로운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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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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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암살자’이자 ‘초대 받지 않은 손님’인 뇌중풍(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6명 중 1명이 경험하는 질 병이다. 의약업계에 따르면 지금도 6초에 1명이 뇌졸중으로 목숨을 잃고 있고, 2초에 1건 씩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전 세계에서 뇌졸중 환자는 매년 1500만 명이 새로 생긴다.
단일 질환으로는 사망률이 가장 높은 뇌졸중 환자 수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0 년 사망원인통계조사’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은 53.2명으로 위암과 간암, 폐암 등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급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 입함에 따라 각종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뇌졸중 환자 발생은 계속 늘고 있다.》


국내의 경우만 따져 봐도 2005년 44만 명이던 뇌졸중 환자는 지난해 53만 명으로 18.5% 정도 늘었다. 하지만 현재 뇌졸중 치료에 사용되는 전문 치료제는 뇌졸중 환자의 막힌 혈관을 원활하게 해주는 ‘t-PA(Tissue Plasminogen Activator) 제제’와 아스피린류의 항응고제, 뇌졸중 유발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일본 미쓰비시 다나베 제약의 ‘에다라본’ 등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특히 t-PA 제제는 막힌 뇌혈관을 뚫어 주는 혈전분해효소로 적용 가능 환자도 적고 일정 기간 투여한 뒤에는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 일본에서만 쓰이는 에다라본은 뇌졸중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경로의 세포를 사멸시키는 데는 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다양한 뇌졸중 환자에게 약효를 나타내고, 약을 투여할 수 있는 제한 시간도 좀 더 긴 뇌졸중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런 가운데 신풍제약은 오랜 연구를 통해 신경세포 보호 작용이 있는 새로운 구조의 물질을 발견했다. 신풍제약은 이 물질을 ‘SP-8203(Stroquinan)’으로 이름 짓고 서유헌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와 진창배 KAIST 박사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SP-8203의 약효 등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 국내 특허를 출원한 신풍제약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 47개 나라에서 개별 특허를 출원 중이다.

신풍제약에 따르면 SP-8203은 일과성허혈 뇌졸중의 경우 뇌졸중 발생 12시간 이후에 투약해도 치료 효과를 보여줘 현재 개발 중에 있는 다른 후보물질에 비해 치료 효과 시간이 긴 것이 특징이다. 이런 효과는 SP-8203이 뇌세포를 죽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해산소를 없애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SP-8203은 효과적으로 뇌세포를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런 효과를 갖는 치료제는 지금까지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던 다른 후보물질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독성시험 및 일반약리연구인 전 임상을 지난달 마친 신풍제약은 임상 1상 승인 신청을 국내에서는 2012년 상반기(1∼6월)에, 해외는 2012년 하반기(7∼12월)에 진행할 계획이다.

신풍제약은 1962년 문을 연 뒤 원료 합성에서 완제품 생산까지 순수국내 기술로 성장해 왔다. 1970년대부터 19880년대를 거치며 구충제 ‘메벤다졸(Mebendazole)’로 이름을 얻었고, 1983년 간폐디스토마 치료제인 ‘프라지콴텔(Praziquantel)’ 원료 합성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국내에 만연돼 있던 기생충을 박멸하는 데 기여한 것은 물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 등을 통해 세계 기생충 박멸사업에도 공헌하며 세계적인 구충제 전문 메이커로 성장했다.

신풍제약은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1999년부터 WHO 등과 공동으로 치료율이 높고 복용도 간편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 개발에 성공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았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피라맥스정은 올해 말 유럽의약청(EMA)으로부터 말라리아 치료제 신약 승인이 예상된다”며 “세계적으로 신풍제약의 신약 개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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