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진열대 21일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약품의 슈퍼마켓 판매가 시작됐지만 준비 부족으로 실제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훼미리마트의 의약외품 전용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왜 박카스를 살 수 없죠?”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개 일반의약품의 슈퍼와 편의점 판매 첫날인 21일. 박카스를 사기 위해 서울 마포구 대흥동 편의점을 찾은 조모 씨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판매대에 박카스는 보이지 않았다. 점원은 “언제부터 팔 수 있을지는 우리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슈퍼와 편의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직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했고, 제약사들도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기 때문. 그나마 사전에 준비를 한 곳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코사마트 양재점은 ‘의약외품 취급점’이란 안내문을 내걸고 렌즈 세척액 콘돔 등 의약외품을 진열한 기존의 ‘의약외품 케어용품’ 코너에 박카스, 까스명수, 위청수를 추가했다. 그렇지만 제품의 바코드 등록을 하지 않아 소비자가 살 수는 없게 돼 있었다.
인근의 코사마트 금성점도 양주를 뒀던 판매대에 부랴부랴 박카스, 위청수, 까스명수, 알프스디-2000액, 마데카솔, 안티푸라민을 올려놓고 팔고 있었다. 점주 이철수 씨(56)는 “거래하던 도매상에 사정해 의약품도매업체로부터 소량을 겨우 공급받았다. 아직 의약품도매업체나 제약사들과 거래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슈퍼마켓은 25일, 편의점은 28일부터 의약외품을 본격적으로 팔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허강원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홍보정책이사는 “슈퍼나 편의점들로부터 공급 계약 문의가 많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유통을 위해서는 제약사의 협조가 필수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슈퍼에서 자사 약품을 팔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제약 관계자는 “공장을 새로 짓지 않는 한 슈퍼에서 팔 수 있는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박카스 광고가 틀린 내용이라며 “바꾸지 않으면 규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제약사를 압박해 슈퍼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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