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 1호기 가보니… 문제됐던 전력차단기 앞 ‘주의판’ 세워 경각심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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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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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전 1호기. 터빈실 2층에 올라가니 한 전력차단기 앞에 안내판 2개가 세워져 있다. ‘고리 1호기 4160V 차단기 고장 개요’라고 쓰인 안내판에는 표로 제작사와 운전기간, 고장원인 등이 정리돼 있었다. 고장원인에는 ‘전원 접속부 접촉불량’이라고 적혀 있다.

고리 1호기는 지난달 12일 전력차단기 고장을 일으킨 뒤 5일까지 가동이 멈췄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안내판을 봤다. 한 직원은 “차단기가 벌어져 생긴 몇 mm에 불과한 빈틈 때문에 발생한 불명예스러운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기자가 고리 원전을 방문한 날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든 정밀점검을 마친 다음 날이었다. 정영익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원전에 들어간 부품 500만 개 중 하나에만 이상이 생겨도 원전 전체가 정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전 직원이 충격을 받았다”며 “앞으로 부품 각각에 대한 정밀검사를 더욱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전력장치 이상 유무를 세밀히 검사하기 위해 곧 ‘비파괴 검사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X선 등을 쪼여 기계장치의 결함을 찾아내는 이 장비는 현재 배관이나 용접 등에선 사용하고 있지만 전력장치 검사에서는 쓰지 않는다. 정 본부장은 “비파괴 검사 장비는 1대에 수억 원이 들지만 점검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부품별 점검기간도 단축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건물 밖으로 나오니 넓은 바다가 시원하게 보였다. 하지만 고리 원전 용지가 지진해일(쓰나미)이나 태풍으로 인해 해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해안방벽을 높이기로 함에 따라 탁 트인 전경도 보기 힘들게 됐다. 문병위 고리1발전소장은 “고리 원전은 위치상 지진보다 태풍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는 원자로 건물 주변에만 방벽이 있는데 이를 원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리 원전은 2003년 태풍 매미가 지나갈 때 바닷물이 소량이지만 용지 안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부산=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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