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8>대학병원 응급실비 평균 42만~ 60만원··· 왜 이렇게 비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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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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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편<2>충분히 검사 안하면 오진 등 이유로 중복되더라도 많은 검사
오후 2∼4시 가장 혼잡··· 예전의 신속입원 위한 편법은 사라져


《지난번에 응급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 알아봤다. 이번엔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이하 신), 권용진 서울대 의대의료정책 교수(이하 권)와 함께 응급실이 말해주는 않는 불편한 진실을 알아본다.

이진한 기자(이하 이) : 응급실에 간 환자들이 느끼는 것이 유독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인데요.

신상도 교수 : 큰 병원 응급실일수록 대개 중복되더라도 많은 검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충분한 검사를 안 하면 오진할 수 있고 또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에게 책임을 묻기 때문이죠. 병원들이 과별로 진료 실적을 비교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병원도 적자를 내면 안 된다는 점도 이해가 되지만 환자 한 명 치료가 큰 실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는 점은 답답한 일입니다.》
▽이=큰 병원 응급실을 찾아간 환자는 보통 치료비를 어느 정도 내나요?

▽신=대학병원 통계를 보면 평균 42만∼60만원입니다. 상당히 비싼 셈이지요. 싱가포르 병원의 응급실은 한 사람당 무조건 5만 5000원만 냅니다. 일종의 포괄수가제와 비슷한데 그러다 보니 그런 병원에선 꼭 필요한 검사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권=대학병원 응급실이란 ‘여기서 해결 못하면 환자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진료하기 때문에 고 비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치료비를 많이 내고도 환자는 응급실에서 찬밥신세일 때가 많습니다. 응급실에서 위급한 환자들을 먼저 보는 중증도 분류를 하면 좋을 텐데요.

▽신=큰 병원들의 경우 중증도 분류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응급실에서 그러지는 못합니다. 중증은 아니더라도 통증이 심한 환자, 강간과 같은 사고를 당한 환자를 먼저 진료해 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을 때 환자는 ‘내가 덜 위급하니까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빨리 진료를 받으려면 응급실에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를 아는 것이 좋을까요?


▽신=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의 큰 병원과 지방 국립대병원은 월 화 수요일 오후시간 대에 많이 몰립니다. 특히 오후 2∼4시가 가장 복잡합니다. 두 가지 이유인데요. 그 병원 외래 환자가 진료 받으면서 급하게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같은 검사가 필요한 경우 응급실로 보냅니다. 급한 검사는 응급실에서 접수해야 바로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오전에 동네병원에 갔다가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는 환자들이 오후에 응급실을 많이 찾습니다.

▽권=하지만 응급실이란 환자 수보다 응급인가 아닌가의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응급환자는 언제든지 응급실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환자들은 본인의 질환 상태와 치료 등에 대해 상세히 듣길 원합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것 때문에 불만도 많습니다.

▽신=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도 나중에 전혀 못 들었다고 말하는 환자가 60% 이상이 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심근경색, 뇌출혈, 암 등 중한 진단을 받은 환자일수록 그 충격 때문에 의사의 설명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다가 나중에 소식을 듣고 몰려온 가족이 ‘왜 병에 대한 설명도 없느냐, 도대체 왜 입원을 해야 된다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차트를 보면 이미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병 상태를 자세히 설명했다는 기록이 돼 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의 알 권리와 설명 의무 때문에 병에 대해 자세히 알리고 그러한 사실을 차트에 적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권=응급실에선 늦게 온 가족과 교대한 의료진 간에 불화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족은 설명을 안 해준다고 하고 의사는 이미 차트에 설명했다고 쓰여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그 때 양자가 모두 없었으니 참 답답한 상황이죠. 힘들지만 응급실 근무자가 다른 의사로 바뀐다는 것을 미리 환자나 보호자에게 알려주면 이런 일이 좀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응급실에선 젊은 전공의들의 불친절도 문제입니다. 응급실 불만의 상당부분이 젊은 전공의들 때문 아닌가요?

▽신=아무래도 응급실이 특수한 곳이라 환자 입장에선 드는 비용에 비해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행시스템의 한계입니다. 물론 젊은 전공의들도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권=환자 입장에선 정말 급해서 정신없이 찾아 왔는데 나보다 젊은 의사가 쌀쌀맞게 ‘접수하고 오세요’라고 말하면 먼저 기분부터 상하죠. 의학지식도 중요하지만 사람에 대한 예의도 중요합니다. 의사 교육훈련 시스템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일반 환자 이외 암 환자가 입원을 목적으로 응급실을 많이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신=예전엔 입원을 빨리 하는 방법으로 응급실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보기 힘듭니다. 응급질환의 증상이 있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대개 외래로 다시 보냅니다. 말기 암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는데 입원시킬 수도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을 때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참 고통스럽습니다.

▽이=빅 5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암센터를 만들었지만 정작 말기 암 환자들은 응급실 이외엔 갈 곳이 없어요. 최근엔 인천성모병원에서 이런 환자들을 위해 재발전이암병원을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권=완화의료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투자비보다 수익이 적기 때문에 적자경영이 불가피하거든요. 말기암 환자들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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