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이어 이번에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접속기록 등을 다른 사람에게 몰래 전송하는 앱이 등장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이 같은 ‘스파이 프로그램’이 앱스토어(앱장터)등을 통해 보급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위치 추적에 문자메시지 복제까지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과도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며 조사를 시작한 ‘오빠믿지’ 앱은 개인의 위치를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표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방통위 조사 직후 이 프로그램은 서비스가 중단됐지만 미국 등 해외 앱장터에 접속하면 기능이 거의 같은 ‘헤이텔(heytell)’이라는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양쪽 스마트폰에 설치만 하면 상대방의 위치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서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무전기’ 기능까지 추가됐다.
최근 미국에서 새로 개발된 ‘비밀 문자메시지 복제자(Secret SMS Replicator)’는 아예 특정 휴대전화로 수신되는 문자메시지를 미리 지정한 스마트폰 번호로 모두 전송해 주는 안드로이드폰 앱이다. 이 프로그램은 화면에 표시되는 설치 아이콘도 나타나지 않아 스마트폰 주인 몰래 설치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줄줄 샐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거센 논란이 일자 구글 측은 이 앱이 장터에 등록된 지 몇 시간 만에 내려받기 서비스를 차단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서비스 직후 내려받기가 중단되자 웹 포털사이트에는 “해당 앱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복제본이라도 넘겨줄 사람을 찾는다”는 누리꾼의 문의도 속출하고 있다.
○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우려
‘스파이 앱’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한 것이어서 국내법으로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개발자나 사업자가 등록하는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유통시키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스파이성 프로그램에 대해 “어린아이의 위치를 부모가 확인할 수 있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신속하게 위치를 알릴 수 있는 것은 장점”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구자순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개발자나 사용자가 개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정보 침해 등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사용하고 있다”며 “컴퓨터보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사용되면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