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위에 LED 키우기 세계 첫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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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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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욱 씨 사이언스誌발표… “LED값 낮추는 데 도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지도 않은 한국 물리학도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건욱 씨(사진)는 흑연의 일종인 그래핀(graphene) 위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성장시키는 데 성공해 사이언스 29일자에 논문을 발표했다. 국내파 대학원생이 외국과의 공동연구 없이 단독으로 논문을 게재한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TV 광원이나 실내조명 등에 활용되는 LED는 그간 사파이어나 실리콘 기판을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에 넣고 LED의 재료가 되는 화학 기체(갈륨, 질소)를 뿌려 증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기판이 비싸고 분자 간 결합력이 커 다 만든 LED를 떼어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정 씨는 흑연이 여러 층이 쌓인 판상구조라 표면층을 떼어내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 세계 최초로 흑연 기판 위에 LED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는 9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처음 7개월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흑연이 화학적으로 워낙 안정된 물질이라 표면에 화학 기체가 들러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석사과정답게 연구주제를 쉬운 내용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정 씨는 “지도교수와 선배들의 관련 연구를 검토하던 중 흑연과 LED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해줄 산화아연이라는 물질을 찾았다”고 말했다.

정 씨의 연구를 지도한 이규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LED를 값비싼 단결정 기판이 아닌 다른 기판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증명했다”며 “LED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내년 2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한다. 그는 “그래핀 위에 태양전지를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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