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푸는 한방 보따리]눈-코-입이 비뚤배뚤하면 ‘산증’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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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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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질병이라도 생긴 모습, 체질, 남녀노소, 계절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수 있다. 한의학에서 형상의학은 ‘생긴 대로 병이 오고, 생긴 대로 치료한다’는 원리를 이용한다. 사람의 생김새를 체계화해 치료하는 학문이다. 얼굴형 눈 코 입 귀 피부색 등에 따라 병이 오는 경로가 다르고 치료법도 다르다고 본다. 창시자는 지산 박인규 선생(1927∼2000)으로 1976년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한 뒤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형상의학에서는 얼굴 좌우의 균형이 심하게 깨어져 있거나, 귀가 처져 있거나, 코의 좌우 날개 부위의 크기가 다르거나, 눈이 짝짝이거나, 코가 삐뚤어져 있거나, 고환이나 유방 좌우의 크기가 차이가 많이 나면 산증(疝症)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하복부 통증 중의 하나인 산증에 걸리면 대소변 보기가 불편하거나, 손발이 차고 찬 기운의 내습으로 배가 송곳에 찔린 듯 아프면서 가슴도 아플 때가 있다. 또 생식기 부위가 붓고 아프거나, 심할 땐 복강의 내용물이 밖으로 돌출되는 탈장 증상이 나타난다.

코가 휘어지면 보통 허리도 같이 아픈데, 특히 남자의 경우 고환의 좌우 편차가 심해져 산증이 오기도 한다. 며칠 전 코가 휜 남자가 오른쪽 고환 통증과 골반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병원에서 전립샘염 진단을 받고 두 달째 항생제를 복용했으나 오른쪽 사타구니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서 가려워 약을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왼쪽 대돈(大敦)혈에 침을 놓았더니 통증이 줄어들었다. 전형적인 산증이었다.

얼마 뒤 입이 삐뚤어진 여자가 아기를 갖고 싶다며 치료를 희망했다. 결혼 4년차이며 생리통도 있었다. 한방으로 해보고 안 되면 시험관 시술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생리할 때가 아니라도 장 경련처럼 아랫배 난소 부위가 당기면서 옆구리가 아픈 환자였다. 역시 산증으로 진단하고 반총산(蟠蔥散)을 투약한 결과 임신을 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윗입술이 짧고 콧구멍이 보이는 6세 여자아이가 찾아왔다. 인중이 짧고 최근 좌측 유두가 볼록하게 튀어 올랐다고 했다. 입 안이 잘 허는 산증 환자였다. 이열탕(移熱湯)을 투약했더니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병원 검진 과정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편두통, 가슴통증, 장 경련, 허리 또는 고환 통증, 생리통이 심해지면 산증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데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정확하다면 쉽게 나을 수 있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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