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융합 실험로 KSTAR는 올해 플라스마 온도를 섭씨 5000만 도까지 올릴 계획이다. 온도가 높을수록 핵융합 반응이 많이 일어나 얻을 수 있는 에너지도 많아진다. 사진 제공 국가핵융합연구소
“세계 핵융합 연구계는 경쟁보다는 협업을 택했습니다. 자국의 핵융합 실험로를 활용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나누어 개발하고 있습니다.”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단장은 7일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로를 짓기 위해 세계가 합심하고 있다”며 최근 핵융합 연구 현황을 전했다. 핵융합로는 태양의 중심처럼 섭씨 1억 도가 넘는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변하면서 내놓는 엄청난 양의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국은 프랑스 남부 시골마을인 카다라슈에 2018년 완공을 목표로 ITER를 짓고 있다. 7개국은 건설비용 분담뿐 아니라 자국의 ‘장기’를 살려 ITER에 필요한 첨단 핵융합 기술도 분업한다.
미국은 플라스마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핵융합 반응이 가장 안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찾아 ITER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EU는 핵융합로 자체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영국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실험로(JET)를 이용해 플라스마와 가장 가까이 놓이는 내부 벽면을 어떤 재료로 코팅하는 게 좋을지 찾고 있다. 지금까지 고온의 플라스마가 내뿜는 열을 견디기에는 탄소가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탄소 알갱이는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에 의해 잘 부서진다는 단점이 있다. 영국 연구진은 탄소 대신 베릴륨(Be)으로, 독일은 핵융합 실험로(ASDEX-U)로 텅스텐을 사용하는 방안을 각각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의 핵융합 실험로인 Tore-Supra로 400초 이상 장시간 운전에 도전하고 있다. ITER를 한 번에 1000초 이상 지속적으로 운전하는 게 목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핵융합 실험로인 EAST를 이용해 장시간 운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핵융합이 잘 이뤄지도록 플라스마의 단면 모양을 ‘O’자에서 ‘D’자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5일부터는 한국형 핵융합 실험로 KSTAR에 중성자빔을 입사해 올해 안에 플라스마 온도를 섭씨 5000만 도까지 올리는 실험도 시작했다. 권 단장은 “이런 내용은 11일 대전에서 개최되는 ‘제23회 국제원자력기구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처음 공개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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