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병,얼마나 알고 있습니까]<上>“요즘 입맛없고 기운없네” 발병 신호

동아일보 입력 2010-09-20 03:00수정 2010-09-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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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깶74세 평균 4.6개 만성질환… 75세 이상은 5.8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지난해 상반기에 6조308억 원으로 전년 5조2276억 원보다 8032억 원이 증가했다. 특히 노인이 크게 늘면서 노인 의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10월 1일 노인의 날을 맞이해 대한노인병학회와 2회에 걸쳐 노인병의 특징과 예방법을 알아본다.》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온 75세 이모 씨. 10년 전 비만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동네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았다. 2년 전부터는 계단을 오를 때 힘이 없고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있어 아스피린을 추가로 복용했다. 응급실에서 검사한 결과 이 씨는 심근경색도 일부 있었고 부정맥도 발견됐다. 결국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 2년 전부터 심장에 문제가 있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

뚜렷한 증상 없어-폐렴에 걸려도 기침 안하고 맹장염, 잘 못먹고 몸살 증세 가슴 통증 없이 심근경색도

노인병 문제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아직도 노인병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적인 노화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니다.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만성질환이 복합돼 합병증이 발생하는, 복잡한 질병의 집합체다. 최현림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병은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고, 기력이 쇠해지고, 활동이 줄어드는 등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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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병 절반 이상이 관절염-요통

노인들에게는 만성질환이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65∼74세 노인은 평균 4.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75세 이상의 노인은 1인당 평균 5.8개의 질병을 가지고 있다. 40대에 2.15개의 질환을 가진 것에 비하면 평균 2, 3배 정도 높은 것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은 관절염이나 요통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그래서 걷거나 짐을 드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 또 85세 이상 노인의 약 40%에서는 치매를 비롯한 기억력 장애가 생겨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병은 젊은 연령층보다 심각하고 중한 질병일 확률이 높은데도 노인 스스로 증상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건강에 대한 기대치가 낮을 뿐 아니라 입원을 두려워하거나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증상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치료는 완치보다 합병증 예방 주력

노인병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 만성 퇴행성 질환이 많다. 따라서 대개 완치보다는 합병증이나 기능의 저하를 예방하는 데 치료의 주목적을 둬야 한다. 노인병은 여러 가지 병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어떤 병이 생겨서 몸이 불편해졌다면 신체의 다른 부분엔 이상이 없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윤종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은 질환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는 신경의 기능이 떨어지고, 각종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신체 기능이 무뎌 질환의 증세가 젊은이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증상이 모호하고 무증상인 경우도 흔해 조기 발견이 어렵고 병을 키운 다음 위중한 상태가 되어 병원을 찾는 분이 많다”고 했다.

조기 발견 어려워-우울증 등 정신질환도 많아 스스로 숨기고 표현 잘 안해 주변에서 세심히 관찰해야

가령 폐렴이 생겨도 기침이나 열이 없는 사례가 흔하다. 또 맹장염이 생겨도 배가 아프기보다는 그냥 기운이 없고 잘 먹지 못하고 몸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근경색은 가슴 통증이 대표적인 증상인데도 노인에게는 통증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병원에 오더라도 노인은 인지기능, 청력 등의 문제로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주변에서 평소 돌보던 사람이 병원에 같이 가서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말해 줘야 한다.

○ 일상생활 속에서 노인증후군 의심을

노인병은 일상생활 기능의 장애로 간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같이 사는 가족은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일상생활 기능이란 △식사를 하고 △몸을 움직이고 △대소변을 보고 △잠을 잘 자고 △목욕을 하고 옷을 입는 것뿐 아니라 올바른 사고능력까지 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을 말한다. 노인에게 생긴 병을 제때에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이런 기능에 지장을 초래해 몸져눕게 된다.

노인은 아주 작은 기능의 변화, 예컨대 ‘전에는 밥 한 공기 다 드시던 분이 최근에는 반밖에 못 먹는다’ 같은 변화도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소화기계 악성질환, 우울증, 내분비계 이상 등의 다양한 원인질환이 있을 수 있다. 또 ‘기운이 없어 교회에 못 나가겠다’와 같은 작은 생활의 변화에도 사실은 근력 감소증, 당뇨병, 고혈압, 심부전과 같은 기존 만성질환의 악화, 우울증이나 인지기능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주변 가족의 세심한 관찰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여러 노인질환을 통합진료할 수 있는 대학병원 노인클리닉이나 개인의원 노인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노인병은 질병과 상관없어 보이는 요소들과 관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돈이 없거나 외롭게 지내거나 자식들과 갈등이 있거나 하면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이 돼 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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