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이번엔 TV혁명]음성으로 동영상 검색, TV로 바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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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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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혁신 수준은

보고싶은 프로 TV에 ‘주루룩’
시청료 무료… 황금시간 사라져


■업계 움직임

한국 내년 상륙… 삼성-LG 긴장
구글, 광고수입 급증 기대감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는 전통적인 방법은 이랬다. TV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채널 버튼을 움직여 ‘7번’을 선택한다. 아이리스가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편하고 쉽지만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TV 앞에 앉아야만 했다.

인터넷TV(IPTV)가 보급되면서 시간의 제약은 사라졌지만 방법은 복잡해졌다. IPTV 셋톱박스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TV의 ‘전원’ 버튼도 누른다. TV의 ‘외부입력’ 버튼을 누르고 IPTV 화면을 선택한다. IPTV 메뉴에서 ‘KBS’를 찾아 ‘드라마’를 선택한 뒤 ‘아이리스’ 메뉴에서 몇 회를 볼지 골라야 했다. 아무 때나 볼 수는 있지만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 구글TV로 보면 이렇다. TV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스마트폰의 ‘리모컨’ 응용프로그램을 가볍게 두드린다. 스마트폰에 대고 말한다. ‘아이리스 16회’. 이게 전부다. 배우 김태희의 홈페이지, 유튜브에 올라온 아이리스 예고편 등도 함께 검색된다.》

○ 70년 만의 변화

193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TV 방송이 시작된 이래 TV라는 기계는 컬러TV, 디지털TV, 3차원(3D)TV 등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TV를 보는 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TV를 켜고 ‘채널’ 버튼과 ‘음량’ 버튼만 눌러 TV를 봤다. 선택해야 할 방송국이 몇 개 없고, 주요 프로그램도 부족했던 시절엔 이 방식이 편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외에도 케이블TV와 IPTV 등 다양한 형태의 방송이 생기면서 수백 개의 채널에서 수천 개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시작한 뒤로 원하는 방송을 찾는 건 이제 예전처럼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구글은 이런 TV 시청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개발자 회의에서 “컴퓨터는 원하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똑똑한 기계지만 화면이 큰 TV처럼 재미있지는 않았다”며 “구글TV는 TV처럼 재미있고 컴퓨터처럼 똑똑한 TV”라고 주장했다.

구글TV는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다. 검색창을 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적어 넣기만 하면 된다. 방송국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의 ‘간택’을 받는 프로그램이 대접을 받게 된다. TV채널과 웹사이트, 응용프로그램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구글TV 메뉴의 ‘즐겨찾기’ 기능. 사진 제공 구글
구글TV는 채널을 돌릴 필요가 없다. 검색창을 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적어 넣기만 하면 된다. 방송국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시청자의 ‘간택’을 받는 프로그램이 대접을 받게 된다. TV채널과 웹사이트, 응용프로그램 등을 저장할 수 있는 구글TV 메뉴의 ‘즐겨찾기’ 기능. 사진 제공 구글
IPTV도 스스로를 이런 똑똑한 TV라고 주장했다. 최근 전자업체들이 만드는 인터넷 기능이 있는 TV도 인터넷 검색을 하고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다며 비슷한 종류라고 광고해 왔다. 하지만 구글은 이런 기술들에 대해 “인터넷의 극히 일부를 TV에 가져온 불완전한 기술”이라고 평가절하했다. IPTV는 사업자가 사들인 콘텐츠만 볼 수 있고, 전자업체의 TV는 검색과 유튜브 시청 등을 제외하면 다른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대신 구글은 TV와 인터넷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IPTV에서는 지상파 고화질(HD) 방송을 보려면 ‘외부입력’ 버튼을 눌러 지상파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구글TV엔 이런 과정이 없다. 검색창에 드라마 ‘동이’를 입력하면 구글TV는 ‘동이’를 현재 방송되는 지상파 채널에서 볼지, 케이블에서 재방송 중인 지난주 방영분을 볼지, 방송국 다시보기 사이트에서 볼지 묻는다. 예전의 TV는 사람이 기계 사용법을 배워야 볼 수 있었지만 구글TV는 인터넷 검색만 할 줄 안다면 그 뒤로는 TV가 사람의 의도를 파악해 선택을 돕는다.

인터넷과 TV의 통합으로 새로운 기능들도 생겼다. 구글은 이날 구글TV를 공개하면서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화면에 자막을 입혀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이 TV에 나오는 음성을 깨닫고 화면에 자동으로 자막을 입혀주는 것이다. 또 사용자의 상황을 분석하는 지능형 검색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부산 시청자가 구글TV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경기’처럼 해당 지역의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 언제 얼마에 판매되나

첫 번째 ‘구글TV’는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가 만든다. 구글의 스마트폰인 안드로이드폰을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가 만든 것과 마찬가지다. 소니의 첫 구글TV는 올가을 미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소니는 앞으로 구글TV에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자신들의 게임기 기능도 통합시켜 나갈 계획이다.

구글TV의 해외 판매는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한국에는 내년 이후에나 구글TV가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구글TV를 위한 OS와 관련 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를 내년 여름 모든 전자업체에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구글은 앞으로 구글TV의 판매가 늘어날 경우 시청자의 검색어 입력과 연관되는 광고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이미 구글검색(인터넷)과 안드로이드폰(휴대전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막대한 광고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편 구글TV는 케이블TV나 IPTV와는 달리 월 사용료가 전혀 없다. 케이블TV나 IPTV 사업자는 콘텐츠 제작업체로부터 직접 콘텐츠를 구입해서 자신들이 설치한 통신망을 이용해 방송을 하지만 구글TV는 사용자가 이미 설치한 가정용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에 올라온 콘텐츠를 검색하는 일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한 IPTV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기존 통신사가 비용을 들여 설치해 놓은 인터넷 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구글의 새 서비스를 비판했다.

○ 구글이 산업을 바꾼다

구글이 인터넷 검색이 자유로운 데다 안드로이드 응용프로그램까지 사용할 수 있는 구글TV를 내놓으면서 기존 TV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계산이 복잡해졌다. 애플과 구글 같은 업체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휴대전화 시장을 잠식했듯 TV 시장에서도 ‘스마트TV’ 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글과 여러 차례 접촉하면서 구글TV의 가능성을 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에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것처럼 TV에서 구글TV를 사용할 가능성을 연구해 온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과 TV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삼성앱스’라는, 구글TV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삼성전자가 TV와 관련된 앱스토어를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등 이 분야에서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도 TV 산업에 구글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존 콘텐츠 사업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지상파나 케이블TV 방송국은 ‘편성’을 통해 어떤 시간에 어떤 프로그램을 배치할지 정했다. 하지만 구글TV가 보편화되면 방송국의 편성보다는 사용자의 ‘의도’가 더 중요해진다. TV의 ‘황금시간’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개발자회의와 관련해 “인터넷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버텨오던 TV를 오늘 구글이 바꾸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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